'생후 5-6주만 지나도 전략적 웃음을 짓는다?'

  • <새책> '웃음의 심리학'=마리안 라프랑스 지음/윤영삼 옮김/중앙북스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웃음에도 종류가 있다.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 눈꼬리와 볼 근육의 위치가 진짜와 가짜 웃음을 구분하는 힌트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일부러 웃음을 지어 보일 때는 입꼬리는 올라가지만 눈매와 볼은 제자리에 머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조작된 웃음’은 정치인이나 서비스업 종사자, 배우 등이 애용하는 마케팅 전략이 된다.

프랑스 출신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아기가 엄마의 자궁에서 웃음 짓는 모습을 관찰한다는 놀라운 정보를 시작으로 인생에 숨겨진 웃음의 역할을 공개한다. 진짜웃음과 가짜웃음을 명쾌하게 밝혀내고 다양한 웃음이 갖는 사회학적 의미를 분석한다.

웃음이 왜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지, 남자는 왜 여자보다 적게 웃는지, 아기들은 엄마의 자궁에서 어떻게 웃음을 배우는지 등 실생활과 밀접하고 흥미진진한 주제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기는 엄마의 자궁속에서부터 웃는다. 생후 5~6주만 지나도 사교적인 웃음을 지을 줄 알게 된다. 방긋 웃을 때 두 볼이 위로 살짝 올라가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전략적 연기’에 해당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의도된 웃음이 나온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을 유혹하는 웃음도 있다. ‘무제한 사회적 성적지향욕구’가 강한 남자들은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웃음을 이용한다. 그들은 평소에는 잘 웃지 않는다. 매력적인 여성이나 섹스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상대 앞에서만 웃음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웃음에는 성 정체성이 반영되기도 한다. ‘남자는 늠름하고 용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기 때부터 여아는 자주 웃도록, 남아는 덜 웃도록 키우는 성 차별이 조장된다는 것. 남자에서 여자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들은 수술 전보다 자주 웃는다. 반면 여자에서 남자로 성을 전환한 사람은 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웃음도 분석했다. 32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는 대중 앞에서 본격적으로 웃기 시작한 대통령이다.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미소는 어떤 일을 하든 용서받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지만,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은 늘 한발 늦게 치아를 드러내어 교활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1992년 빌 클린턴은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할 당시, 덜 웃으라는 조언을 받았다.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은 보수 성향의 지지자들보다 더 많이 웃는다. 진보 성향 지지자들은 의식적인 웃음으로, 따뜻하고 협조적이며 공격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만든다.

나라마다 웃음도 다르다. 북유럽에서는 낯선 사람을 보고 웃지 않는다. 러시아인과 폴란드인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지 않으며, 낯선 사람이 미소 지으면 수상쩍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잘 웃고 프랑스인들은 미국인들의 습관을 세상물정 모르는 부르주아적 행동이라고 여긴다. 일본인은 눈이 웃고 있어야 일이 잘 된다고 느끼고, 미국인은 입이 웃고 있어야 모든 것이 잘 된다고 느낀다. 중국인도 일본인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저자는 웃음이 “상대방으로부터 정서적인 전류를 만들어낸다”면서 “웃는 표정을 보는 상대방에게만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웃음을 짓는 사람에게도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웃는 여잔 다 이뻐’라는 노래도 있지만 이제 웃음이 달라 보일 것이다. 38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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