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이미 예비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동양생명과 모기업이 아시아 사업부문 분리 의사를 밝힌 ING생명 인수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 2일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인수의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답변했다.
현재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는 동양생명에 이어 ING생명 인수 가능성을 공식화 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이 사실상 M&A 매물로 나오면서 동양생명의 인수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며 “동양생명에만 쏠렸던 국내외 보험사들의 관심이 동양생명과 ING생명으로 양분됐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이 ING생명 인수 타당성 검토 작업에 들어간 배경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대한생명이 기존 보험설계사 조직 규모를 대폭 확대해 대면채널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판단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한생명과 ING생명의 올 2월 기준 보험설계사 수는 각각 2만여명, 7000여명 수준이다.
대한생명이 실제로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전체 보험설계사 수가 삼성생명 3만여명과 맞먹는다.
특히 ING생명은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하는 30대(2259명), 40대(1612명) 남성설계사의 비중이 높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ING생명은 주부설계사 위주의 대한생명과 달리 대졸 남성설계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체질이 다른 두 보험사 설계사조직이 잘 융화되면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생명의 ING생명 인수는 동양생명 가격협상을 위해 꺼내든 일회용 카드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복수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대한생명이 동양생명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ING생명과의 경쟁구도를 형성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 예상가는 4조원가량으로 동양생명 매각 예상가 2조원의 2배에 달해 인수 부담이 높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7개국에 흩어져 있는 아태법인을 통째로 사들일 경우 7조~10조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거대 설계사조직을 갖춘 대한생명으로서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텔레마케팅(TM)채널이 우수한 동양생명을 인수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ING생명에 대한 검토는 향후 동양생명 가격협상에서 튕기기 전략을 구사해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모션(Feint motion)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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