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부와 정치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유럽발 재정위기로 대내외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 부활·재벌세 신설 움직임 등 국내 기업정책은 퇴로가 차단된 채 후퇴하고 있다.
◆ 출총제 부활해도 유명무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규제 부활에 반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출총제가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 데다 경기 흐름이 꺾어질 때 규제 강화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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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말 도입된 출총제의 첫 모습은 자산 4000억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다른 회사 주식을 갖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내용이었다. 5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익숙해 있던 대기업들의 손발은 완전히 묶일 판이었다.
하지만 1992년 4월 처음 시행된 지 8개월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적용 대상이 30대 기업집단으로 한정된 것이다. 이후 2년여 뒤 출자한도총액 규제가 순자산의 25%로 한층 엄격해지기는 했지만 외환위기 여파에 결국 1998년 2월 폐지됐다.
일부 정치권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벌세도 국내 기업 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재계에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중견ㆍ중소기업 ‘줄도산 공포’
대기업들이 각종 규제 부활 움직임에 몸서리치고 있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현금 조달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자산 규모 비교가 가능한 612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52조218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39%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 감소율이 80% 이상인 상장사 42곳 중 대기업으로 분류 가능한 곳은 GS(-94.83%)와 신세계건설(-92.12%), LG패션(-89.07%) 등 3곳에 불과했다. 중견·중소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상대적으로 악화됐다는 뜻이다. 건설ㆍ해운ㆍ조선 등 취약업종에 속한 대기업들도 상당히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다.
상장 해운사 6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 2조8200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줄었다. 감소율은 36.0%에 달했다. 36개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23.1% 급감했다.
6개 조선사의 현금 자산은 6.3% 줄어 전체 상장사 감소율(3.39%)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5개사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STX조선해양의 현금자산은 43.2% 급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중소기업에 12조4000억원 지원안을 추진하는 등 자금 유동성에 주력하고 있다”며 “정책금융공사가 올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자금 공급계획의 절반인 6조1000억원을 중소ㆍ중견기업에 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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