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프렌들리(친기업정책)'를 취해온 현 정부 경제부처 수장들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와 재벌세에 대해서 강도높은 반박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신뢰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해서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본격적인 경기침체시기에 기업의 투자를 옥죄면 결과적으로 가장 크게 피해를 당하는 곳이 서민경제다. 본지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3인의 경제전문가를 통해 들어본 의견도 이와 같다. 이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심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욕을 곧추세울 격려와 지원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 "근거없는 재벌규제" 아무에게도 도움안돼
정부와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로서 역할해야 할 여당은 이번에도 임기말 증후군이 도졌다. 지난 집권당시 민주통합당이 그랬듯이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역시 이명박 정부가 막바지로 접어들자 책임을 재계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도 빵집 등 골목상권까지 무분별하게 진입한 데 대해서는 반성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출총제 부활이나 재벌세 신설을 논의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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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
황 실장은 "법인간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금지에 위배된다"며 "각 나라의 기업형태는 자기환경에 맞는 모습으로 조직화돼 있다. 재벌개편을 의도한다면 적합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계에서 전례가 없던 출총제를 경제력 집중 심화라는 근거없는 논리로 부활하겠다는 데에 반대했다.
그는 "일부 대기업은 수출을 통해서 상당히 수익을 내 왔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뒤 재정위기가 뒤따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너무 앞서나가려는 것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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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인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센터 소장 |
◆ 정부, 대기업·中企 "산업생태계적 관점" 지원해야
어려울 때일수록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게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기업으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한 채 종종걸음만 걸어온 중견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견실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긴축운영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는 점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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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투자를 독려하고 금융지원을 담보가 없거나 유망한 기업에 지원되는 것이 이른바 '동반성장'의 키라는 분석이다.
홍 위원은 "(정부가) 옛날처럼 강제로 팔을 비틀라는 게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글로벌 위기 때처럼 자본시장에 충격이 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자금난을 겪지 않도록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는 곧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산업생태계' 조성과도 직결된다. 예컨대 큰 숲속에서 나무(대기업)가 잘 자라려면 큰 가지와 줄기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이 더불어 잘살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를 주창해 온 장석인 소장은 "중소기업도 너무 보호만 받으려 하지 말고 독자적인 자생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민감하거나 틈새시장을 공략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자꾸 커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별히 부처이기주의와 복지부동은 버려야 할 정부의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장 소장은 "융합법을 만들어 놓고도 이행단계에서 여전히 부처이기주의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어 나라전체가 되는 것이 없다"고 되뇌었다.
◆ 한중 FTA 체결…'스파게티볼' 효과 경계해야
이 밖에도 경제전문가들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제1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 포괄적인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만 각국과의 동시다발적 FTA 추진에 따른 피로감 호소는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이른바 '스파게티 볼(행정절차를 파악하는 비용이 관세혜택 금액을 초과)' 효과는 물론 충분한 사전대책을 통해 농업과 중소기업 등 관세철폐에 따라 피해를 입게될 업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자유구역내에 예정된 외자유치가 물건너가지 않도록 겉돌고 있는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인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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