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놓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또 일각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한·중 FTA 공식절차의 시작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외교통상부 이시형 통상교섭조정관이 이날 "한·중 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 절차 규정에 따라 공청회 개최 공고를 9일자로 관보에 올려줄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중 FTA는 타 국가와 맺은 무역협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동시에 위험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전문가집단, 농민단체, 재계 등의 한·중 FTA에 대한 사전 논의와 대책 마련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FTA라는 거대한 세계화의 흐름 앞에 선 한국. 여러 진통 끝에 미국과의 FTA 비준안 국회 통과를 넘긴 정부가 왜 한·중 FTA라는 더 큰 쓰나미를 치르려 하는지 본지가 천의 얼굴을 가진 한·중 FTA를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中시장 대만과 나눠갖어야 할 판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의 94%를 차지하는 품목은 전기전자, 화학, 기계, 철강, 수송기계다. 이는 우리의 대중수출 구조가 다양하지 못하고 불안한 동시에 수출품목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LCD패널 품목은 우리의 대중 전체 수출규모의 15.5%나 차지한다.
현재 중국의 LCD시장 점유율은 대만이 32%로 1위인 41%의 한국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중국과 대만 간 경제무역협정(ECFA)이 발효되면서 한국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이 올해부터 LCD패널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우리 업계는 그동안 4%라는 낮은 관세 덕에 중국 시장을 점유해왔으나 중·대만 간 경제무역협정으로 인해 중국 시장을 대만에 뺏길 처지에 봉착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대만이 중국의 LCD패널시장을 나눠 가졌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중·대만 간 ECFA 후속협상을 앞두고 대만이 가장 먼저 LCD패널 부문에 대한 무관세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만과 박빙을 달리고 있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의 LCD패널시장이 양허관세로 묶이면 4%였던 것이 최대 20%의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무 통상교섭본부 FTA 심의관은 "종전까지 LCD패널을 자체 생산하지 못했던 중국이 잠정적으로 4%의 관세를 매겼지만, 중·대만 간 ECFA로 4%라는 낮은 수준의 관세혜택마저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中시장서 한국 VS 대만 ‘불붙는 경쟁’
한국과 대만이 중국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는 명확하다.
중국해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11월 중국에서 대만으로의 수입총액 중 ECFA 조기 자유화 대상 품목의 수입액은 182억7700만 달러다.
한국과 대만의 대중국 상위 수출품목을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품목이 겹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가 가장 큰 여파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부터 석유화학 부문은 88개 제품에 대해 조기 관세인하가 허가됐다.
이들 제품은 2009년 대만의 중국 수출액이 59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대만의 관세 철폐는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과 동일한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 중국의 FTA 추진=동아시아 패권
중국은 2010년 대만과 실무협상에 착수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마카오, 홍콩 등을 아우르는 중화경제권을 출범시켰다.
당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미 10년 전부터 공을 들여 과실을 챙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ECFA 합의 내용을 보면, 대만에 매우 유리한 비대칭적 합의란 점이 눈에 띈다.
중국이 즉시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은 539개로서 대만의 대중국 수출의 16.1%를 차지한다. 반면 대만의 즉시 관세철폐 품목은 267개로 중국의 대대만 수출의 10.5%를 차지하고 있다.
또 대만은 중국의 농산물 수입을 허용하지 않았고, 실업률을 고려해 인력시장도 중국에 개방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한·중과 한·중·일 FTA를 동시에 병행하면서 '아세안+3(한·중·일)'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결국 중국이 대만에 이어 한·중 FTA를 추진하는 목적은 한국을 지렛대 삼아 일본을 경제공동체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아시아의 경제 패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적 구도하에서 FTA를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만과의 ECFA 협상처럼 한·중 FTA에서도 단기적인 경제 손실을 감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중국의 다급함을 잘 이용해야 할 때다. 대만이 중국 시장을 잠식하기 전 우리도 똑똑한 대안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수주대토(守株待兔)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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