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국내 실물경제 위축, 신용경색 여파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 기업 및 가계 대출 부실화 우려, 금융권 고수익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 등의 악재가 쉴새 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회사들이 몰두했던 외형 및 자산 확대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기존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상품 및 기술을 접목시킨 선진 금융서비스를 앞세워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회사들이 밝힌 핵심 경영 화두는 ‘진화(Evolution)’와 ‘융합(Convergence)’이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2조원으로 전년 대비 29.2%(2조7000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는 경영환경 악화로 순익 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에 주력하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금융권이 내놓은 생존 전략은 기존 서비스를 진화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한물 간 아이템으로 여겨졌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평범한 예·적금 상품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목시켜 젊은층 고객을 유치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IT 기술을 금융에 접목시키거나 금융 각 권역 간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융합’도 또 다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활용한 스마트 금융은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스마트폰뱅킹 서비스 이용자는 1035만명으로 전년 대비 4배 가량 급증했다.
1000만 고객이 손 안에 금융점포를 들고 다니는 셈이다. 조만간 창구 직원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스마트 점포까지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별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복합 금융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고객들의 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도다.
한 금융권 인사는 “단순히 예금을 많이 받고 대출을 늘려 예대마진을 확대하는 전통적인 영업방식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며 “내부 변혁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수익원을 창출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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