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리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이탈리아의 한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셰익스피어의 비극 ‘줄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기까지를 담은 이 영화를 금곰상에 선정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저 머스트 다이’는 재소자들이 우정, 배신, 권력 등을 이야기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을 무대에 선보인 뒤 다시 교도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흑백으로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수상 소식을 접한 80대 노장 타비아니 형제는 영화에 출연한 로마 레비바 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 먼저 영광을 돌렸다. 비토리오 타비아니(83)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이 재소자도 인간이고, 인간으로 남는다는 생각을 하기 바란다”며 “이 모든 것은 셰익스피어의 숭고한 작품 덕”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에는 금곰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 헝가리 감독 베네덱 플리고프의 ‘저스트 더 윈드(Just the Wind)’에 돌아갔다. 플리고프 감독은 배우가 아닌 실제 집시를 캐스팅했다. 집시여인 마리와 그녀의 병든 아버지, 두 자녀가 열연했다. 이들 가족은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마을을 떠나 캐나다로의 이민을 꿈꾼다.
은곰상인 남우주연상은 ‘로열 어페어(Royal Affair)’에서 열연한 덴마크 배우 미켈 보에 폴스라르가 차지했다. 여우주연상은 콩고 소년병 이야기를 다룬 ‘워 위치(War Witch)에 출연한 14세의 레이첼 음완자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은 영화 ‘바버라(Barbara)’를 제작한 독일의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이 받았다. 이 영화는 1980년대 분단된 조국에서 서독에 사는 연인을 만나려고 동독을 탈출하려는 젊은 여성 물리학자의 이야기다.
베를린영화제는 칸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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