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크루즈호 타 보니..저렴하지만 불편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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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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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 16일 첫 취항, 동북아 관광의 새로운 이정표 세워<br/>- 절반의 성공, 객실, 면세점 등 취항 준비 부족 눈에 띄어

부산 영도 크루즈 항에서 바라본 '클럽 하모니'호
(아주경제 강경록 기자) 국내선사를 이용한 크루즈 여행이 마침내 가능하게 됐다. 이제 더 이상 크루즈 여행이 일부 상류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크루즈 여행에 대한 수요와 관심 증가로 국내관광객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고 다양한 여행코스와 일정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하모니크루즈(회장 한희승)는 국내관광객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국형 크루즈선인 ’클럽하모니호‘를 도입해 첫 취항에 성공했다.

◆한국형 크루즈 여행, 닻을 올리다.
지난 16일 한국 최초의 정통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주)의 ‘클럽하모니'(Club Harmony)호가 동북아 크루즈 관광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클럽하모니호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크루즈 여행에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 일정은 부산항에서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와 후쿠오카를 다녀오는 3박4일짜리 코스. 다소 짧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크루즈 여행이 처음인 사람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적절한 시간이었다.

클럽하모니호는 2만6000톤급에 길이 176m, 폭 26m로 축구 경기장 2개 정도 규모의 크루즈 선이다. 383개의 객실에 10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특히 야외 수영장, 자쿠지, 대형 극장, 고급 레스토랑, 피트니스 클럽, 스파, 키즈 클럽 등을 갖춘 유럽 정통 스타일의 크루즈 선박이다. 한국인 승무원이 다수 승선해 선내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했고 한국인과 동양인의 입맛에 맞는 고급 음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한국인 휴가 패턴에 맞는 일정과 프로그램으로 다른 외국 크루즈 선사와는 차별화했다.
'클럽하모니'호의 승무원들이 승선하는 고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첫 취항 기대감 속 700여 승객 몰려 '대성황'
2월 중순. 철그른 한파에 옷깃이 여며지는 날씨지만 승객들은 크루즈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무돼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기자는 다시 전용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의 크루즈 항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크루즈 터미널 옆 항만에 거대한 선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클럽하모니호였다. 700여명의 승객들도 다들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연령대도 다양했다. 칠순 노부부에서부터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어린 아이까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승선 절차도 부드럽게 진행돼 어려움을 느낄 수 없었다. 한국인 스탭과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들이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줬다. 특히 한국인 스탭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놀라움의 연속이다. 마치 고급 호텔을 연상케 했다. 프런트 데스크를 필두로 2층에서 5층까지 객실이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객실에는 침대와 책상, 화장대, TV, 전화 등 웬만한 가구와 물품은 다 갖춰져 있어 호텔처럼 아늑하다.
'클럽 하모니'호 선상 전경

클럽하모니호에는 매일 저녁 각국의 요리가 풀코스 정찬으로 제공된다. 뷔페, 스낵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운항 때마다 갈라 디너 파티가 열린다. 화려한 드레스 코드로 맞추고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출신의 빅밴드 VIP 스타와 한류 아이돌그룹의 무대를 꾸미는 걸그룹 '메리G'와 클럽 DJ가 승선해 크루즈 여행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극장, 나이트 클럽, 풀장, 인터넷 카페, 스파, 헬스 클럽, 면세점, 조깅 트랙, 어린이 놀이공간, 뷔페·룸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매일밤 열리는 이벤트쇼 및 다채로운 선내 프로그램은 크루즈 여행의 매력을 더해준다.
'클럽하모니'호에는 매일밤 아이돌 그룹 '메리G'의 공연을 볼 수 있다.

◆ 기항지에서 잠깐 맛보는 여행의 달콤함
둘쨋 날, 부산에서 출발한 클럽하모니호는 일본 나가사키의 크루즈항에 들어서 있었다. 나가사키는 일본 전체로 봤을 때 서쪽 끝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 17세기에는 포르투갈, 네덜란드와 활발하게 교류한 교통 요충지다. 유럽형 건물이 곳곳에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가사키의 명물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나가사키 짬뽕'이다. 원조집은 시카이로 항구(크루즈 항구) 근처에 있다. 가이드가 설명하는 나가사키 짬뽕의 유래가 재미있다. 일본 라멘집으로 유학온 중국 학생들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 맛은 각자의 구미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먹어보고 판단하는 수밖에. 나가사키는 또 온천이 유명하다. 겨울철 눈이 흩날리는 노천탕에서 나가사키시 전경을 바라보며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 이 외에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을 방문해 일본인들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껴보고 시카이로 근처 구라바엔(Glover園)에 들러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나비부인'의 배경을 감상해 볼 수 있다.
승객들이 기항지인 후쿠오카에서 시내관광을 즐기고 있다.

셋째 날은 후쿠오카에 들렀다. 일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바로 이곳이다. 지형은 서울과 비슷해 강(나카가와)을 중심으로 서쪽(옛 후쿠오카)은 사무라이, 동쪽(하카타)은 상인의 도시로 나눠진다. 서쪽 지역은 부촌으로 후쿠오카 타워(234m)와 모모치 해변이 주요 관광코스다. 동쪽은 캐널시티 등 쇼핑거리가 가득하다. 또 '학문의 신'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모신 후쿠오카 근교의 ‘다자이후텐만구’(太宰府天萬宮)에 들러 일본 사회의 뿌리깊은 신앙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일본 나가사키 현이 '클럽하모니'의 입항을 기념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절반의 성공…아쉬운 점도 있어
첫 취항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승객 전원이 안전하게 부산항으로 귀항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음식도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었고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등지의 기항지에서는 짧지만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첫 취항인 점을 충분히 고려해도 운영상 드러난 미숙한 부분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였다.
'클럽하모니'호에서 바라본 일본 나가사키 야경

먼저 객실이 채 정비되지 않아 여행 내내 불편했다. 특히 온수가 나오지 않아 이틀간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야만 했다. 프런트에 대기하고 있던 승무원에게 몇 번이고 조치를 요구했지만 제 때 수리가 되지 않았다.

식사시간에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수많은 승객들이 같은 시간대에 몰려 테이블과 좌석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승객들은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한 시간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했다.

편의점 등 생활·여행 필수품을 구입할 만한 데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객실 안에서 기본적인 물품을 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가격대가 비즈니스 호텔급이라 선뜻 사기도 쉽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선내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Activity)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운항 중 트로키카나 극장, 해리스 바, 마리나 볼룸 등에서 공연 및 파티 등이 열리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는 뭔가 미흡해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다. 이번 처녀 취항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클럽하모니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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