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원숭이, 새 수컷 등장하면 스스로 유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2-02-27 10:2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서울=연합뉴스) 원숭이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수컷이 교체돼 새 지도자가 등장하면 임신한 암컷들이 자발적으로 유산하는 현상이 연구 조사에서 밝혀졌다.

26일(현지시간) 라이브사이언스 닷컴 보도를 보면 미국 미시간 주립대 연구진은 에티오피아 시미엔산 국립공원에서 사는 야생 겔라다개코원숭이(Theropithecus gelada) 21개 집단에서 암컷 110마리를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무리에 새 수컷이 들어오면 6개월동안 새끼를 낳지 않았다. 5년간의 관찰 기간 동안 새 수컷이 장악한 집단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경우는 단 2차례뿐이었다.

연구진은 이것이 ‘브루스 효과’인지 확인하기로 했다. 브루스 효과는 새끼를 밴 암컷이 새로운 수컷과 함께 살게되면 스스로 유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 1959년 이 현상을 처음 관찰한 영국 동물학자 힐다 브루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연구진은 새 수컷이 들어오기 전과 후의 암컷의 분변 표본을 채취해 호르몬 자료를 수집했다. 임신한 암컷 10마리 가운데 8마리는 새 수컷이 들어오고 2주 안에 유산했다. 특기할 점은 새 수컷이 등장한 당일 암컷들이 일제히 유산했다.

유산하지 않은 두 마리 가운데 하나는 바로 배란의 징후를 보이면서 임신 상태임에도 새 수컷과 짝짓기를 했다. 수컷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은 암컷의 새끼를 죽였다. 그러나 자신과 짝짓기를 한 암컷의 새끼는 죽이지 않았다. 이 행동은 수컷이 자신과 짝짓기를 한 암컷이 누구인지에 따라 새끼가 자기 것이라고 추정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새 수컷이 오자마자 유산한 암컷들은 다시 임신하게 되며 7~12개월 사이에 출산이 2배로 늘어났다. 영아살해한 암컷들은 다시 임신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산이 엄마 원숭이에게 진화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새 수컷의 등장과 암컷의 유산 간 상관관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생쥐 실험에서는 새 수컷이 발산하는 화학신호를 암컷이 포착한 뒤 저절로 유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위기종인 겔라다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조사를 계속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이미 브루스 효과가 나타난 말을 대상으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루스 효과는 지금까지 실험실 연구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야생 집단에서 확실하게 발견돼 입증된 경우는 없다. 암컷의 유산이 진화적으로 어떤 이점을 갖는지도 밝혀진 바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