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Y방정식> ‘반구부추’, 재정없는 복지라?

(아주경제 이상준 기자) # 전국시대 때 위나라 문후(文侯)가 유람 중에 가죽옷을 뒤집어 입고 풀을 지고 가는 사람을 보았다. 문후가 그에게 묻기를 “그대는 어찌하여 가죽옷을 뒤집어 입고 풀을 지고 있는가?” 그는 “가죽옷의 털이 닳을까 아까워서 그렇습니다”고 대답했다. 문후가 다시 “가죽옷의 가죽이 닳아 없어지게 되면 털이 붙어 있을 곳도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그대는 모르는가?”라며 재차 물었다.

# 이듬해 동양(東陽)이라는 지방에서 문후에게 이전보다 10배나 많은 조공을 바쳤다. 그러자 대부(大夫)들은 모두 문후에게 축하한다고 헸다. 하지만 문후는 이렇게 말했다. “그곳은 땅도 백성도 늘지 않았는데. 어찌 조공만 10배나 늘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그 지방관리가 무리하게 백성에게서 세를 무겁게 징수한 것임에 틀림없다. 백성이 편안하지 않으면 통치자도 그 자리를 누릴 수 없으니 이는 축하할 일이 아니다.”

반구부추(反?負芻, 가죽옷을 뒤집어 입고 풀을 지다)는 한나라때 유향(劉向)이 지은 ‘신서(新序)’에 나오는 말로 어리석어서 일의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아주 달콤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의료까지 참으로 반가운 얘기들이다. 돈을 받지 않고 공짜로 주겠다니 국민들의 귀가 솔깃해질 만 하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이러한 선심성 공약에 속아 패만한 국가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포퓰리즘에 속아 허망한 복지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날로 늘어가는 국가채무는 어찌할 것인지. 수지(收支)는 맞춰야 하지 않을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기 어렵다는 옛말처럼 이런 문제들은 해결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러다 2세들이 빚잔치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선진국을 슬럼가로 경제대국을 부채대국으로 전락시킨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공짜복지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국가채무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바로 국민, 즉 우리들이다.

혹시 우리도 가죽옷의 털만 아끼려다 털이 붙어 있어야 할 가죽이 닳아 없어지는 꼴을 당할 수 있다. 가죽이 없는데 털이 어디에 붙어 있을 수 있는가(皮之不存, 毛將焉附). 재정 없는 복지는 있을 수 없고, 민심이 동아선 정치는 정치로서의 의미가 없다.

냉정하고 세심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잘못하면 복지 포퓰리즘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불러온 유럽의 몇몇 국가처럼 한국 역시 털만 남아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황에 있는 그리스가 던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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