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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에서본 통영항 |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통영(統營)을‘한국의 나폴리’라고 호사가들이 말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고즈넉한 항구의 풍경만 놓고 보아도 이탈리아 나폴리보다 한 수 위다. 게다가 통영은 보석같은 섬과 아기자기한 산을 품고 있어 어디를 둘러보아도 정겹지 않은 곳이 없다. 동백꽃이 봄소식을 전하는 통영여행은 향기짙은 봄나들이 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통영사람들은 통영을 토영이라고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금상(2011년리브컴어워즈)에 어울리는 정감어린 표현이다. 통영에서 봄을 잘 느끼려면 미륵산을 오를 일이다. 451m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지금은 케이블카까지 생겨 더욱 쉽게 오를 수있다. 통영 케이블카는 길이만 1975m. 한국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 부근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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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의 모습 |
미륵산을 오르는 이들의 얼굴에는 이미 봄이 피어 있다.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만 가면 정상이 나온다. 고깃배가 왕래하는 통영항과 섬들이 보인다. 맑은 날이면 일본의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개가 끼여있어 시야가 좋지 않다. 대신 미항 통영 시내를 가르는 운하가 펼쳐진다.‘한 폭의 그림’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절경의 느낌. 어떤 형용사로도 풍경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봄의 향기가 더욱 짙은 곳은 뱃길로 40분 정도 떨어진 장사도다. 긴 뱀이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장사도(長蛇島)는 한때‘늬비섬’으로도 불렸다. 경상도 말로‘늬비’는 누에이니 누에를 닮았다는 뜻도 된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섬의 모습이 달리 보일 수 있지만 뱀보다는 왠지 누에에 가까운 듯하다. 장사도는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무인도같은 섬이었다. 1900년 처음으로 사람이 입도한 이래 1986년 마지막 주민이 섬을 떠나면서 마치 폐교된 분교처럼 퇴락했다. 사람은 끊어졌지만 자연은 스스로 번식해서 풍성해졌다. 무려 10만 그루나 되는 자생 동백나무가 화사하게 폈다 아무도 모르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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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 해상국립공원 전경 |
세월이 흘러 장사도는 해상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있던 사물을 밀어내는 방식대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공원을 만들었다. 섬을 떠날때 있었던 죽도국민학교 장사도분교는 물론 교회와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집까지 어느 것 하나 허물지 않고 섬안에 그대로 두었다. 탐방로를 새로 만들지 않고 주민들이 마실삼아 다녔던 옛 오솔길을 다듬어 길을 냈다. 나무 한 그루, 돌 하나도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20여년 만에 문을 연 장사도 해상공원의 입구에는 동백꽃이 수줍게 사람들을 반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은 아직도 봄이 먼듯만 하다. 그래도 벙글거리며 피어있는 동백을 보면 성큼 다가온 봄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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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도에 핀 동백의 모습 |
탐방로를 따라 길을 올라서면 동백나무 숲 터널이 보인다. 1~2주 정도만 지나면 흐드러진 동백이 터널을 이루어 분분하게 꽃잎을 떨구는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곳곳에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얼굴을 디민다. 한때 아이들이 뛰놀던 죽도국민학교 장사도 분교는 마치 아이들이 뛰놀다 하교한 듯 하다. 줄넘기를 하는 아이의 동상옆에서 금방이라도 아이가 꽃같은 웃음을 텉리며 뛰어나올 것만 같다. 창문아래 놓인 낡은 풍금에서 의자와 걸상까지 그대로다. 복원해놓은 교회건물과 주민들이 살던 ‘섬 아기집’도 사람들의 추억을 묘하게 건드린다.
무엇보다 장사도는 바다가 일품이다. 16개의 전망대마다 제각각의 바다가 펼쳐진다. 그중에 압권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최초 해전인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하여 지어진 승리전망대. 비진도는 물론 한산도와 죽도 멀리 미륵산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달팽이 전망대에서는 섬의 등줄기가 보인다. 해상고원답게 곳곳의 조형물도 아기자기 하다. 무지개 다리와 야외공연장 뒤에 조성된 얼굴 모양의 브론즈 동상도 흥미롭다. 선인장을 비롯한 다육식물과 풍란들이 전시된 반달모양의 온실도 둘러볼만 하다.
통영의 또 다른 자랑은 단연 예술혼 물씬 풍기는 문화예술인의 산실이라는 점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작가인‘토지’의 박경리 선생을 비롯해 윤이상 청마 유치환 김춘수 화가 전혁림 등 우리 문화예술사의 별같은 존재들이 이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문화예술인들의 흔적만 찾아도 너끈하게 2박3일 코스를 누빌 수 있을 정도이니 축복받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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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선생의 육필원고 모습 |
박경리 선생이 마지막 창작혼을 불태웠던 박경리기념관에는 선생의 육필원고는 물론 초기에서 후기의 작품세계를 두루 둘러 볼수 있는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기념관 뒤로는 선생의 묘소가 보존되어 있다. 통영의 예술혼을 더 찾고 싶다면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의 사랑의 기억이 남아 있는 통영 중앙동 골목 ‘청마거리’를 더듬는 것도 좋다.
통영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심하지 않아도 된다. 골목 하나만 지나도 예술가의 그림이 보이고 글감의 소재가 되었던 장소가 나온다. 같은 초등학교를 공유하기도 하고 일주로에서 같은 석양을 바라보았을 지도 모를일이다.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에 바야흐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고 있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미륵산을 오르는 케이블카 (www.ttdc.kr)는 오전 9시 30분에서 오후 5시(동계)까지 운행된다. 여름철에는 2시간 더 연장운행된다.(성인 9000원 소인 5000원) 장사도로 가려면 도남동 통영유람선터미널(645-2307)에서 유람선을 타면 된다. 편도는 40분거리. 배 삯은 왕복 2만1000원이다. 여기에 장사도 해상공원(633-0362) 입장료 8500이 붙는다. 거제에서는 유람선 운항비가 왕복 1만6000원이다. 하루 14대의 유람선이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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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명물 굴요리 |
통영은 굴요리를 잘하는 집이 많다. 무전동 굴향토집(055-645-4808) 생생굴마을 대풍관 (055-644-4446)등이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졸복국으로 유명 서호시장의 형제복국(644-4933)은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통영에서 ‘충무김밥’을 먹지 않으면 무언가를 많이 놓친 것이다. 통영여객터미널 인근에 충무김밥집이 몰려 있다. 맛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한일김밥(645-2647)은 타지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뚱보할매김밥(645-2619)이 원조집이다. 오미사꿀빵(646-3230)도 먹을 만하다.
잠자리를 찾는다면 충무마리나콘도(646-7001) 클럽ES통영리조트(644-0069) 통영갤러리호텔(055-645-3773)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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