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 중국경제> 중국 양회 뜨거운 이슈 ‘감세'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양회(兩會)에서 ‘감세’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인대 첫날 정부 공작보고에서 “구조적 감세 시행”을 올해 업무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천명한데 이어 셰쉬런(謝旭人) 재정부 부장도 기자회견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의 일환으로 구조적 감세를 추진해 기업과 주민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가들도 양회에서 잇따라 감세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리둥성(李東生) TCL 회장은 “가전하향(家電下鄕)이나 이구환신(以舊換新) 등 보조금 정책보다 감세 조치를 취하는 게 소비촉진에 훨씬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위안칭(楊元慶) 롄샹(聯想)그룹 회장도 중국의 높은 세금부담에 불만을 토로하며 “롄샹 제품 가격이 해외보다 중국에서 더 비싼 이유는 바로 17% 부가가치세를 가격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만큼 감세가 양회의 핵심 이슈가 된 적도 드물다. 감세와 관련된 안건도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회 대표 25명이 공동으로 ‘구조적 감세를 통한 기업 부담 경감’이라는 안건을 내놓았는가 하면 정협 위원이자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대외경제연구부 부장인 장샤오지(張小濟)는 심지어 “중국기업에 2년 간 ‘셰자(稅假 세금휴가)’를 주자”고 제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현재 과중한 세금부담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전체 세수액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해 9조 위안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중국 국민총생산액(GDP) 증가율은 세수액 증가폭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2%에 불과했다. 주민 가처분소득도 14.1% 증가했다. 중국에서는 세수 증가 속도가 GDP나 소득증가율에 비해 훨씬 빠르다.

예일대 경제학과 천즈우(陳志武) 교수는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정부 세수는 10배 가량 증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증세 속도는 류샹(劉翔·중국 육상 스포츠스타)처럼 빠르고, 감세 속도는 달팽이처럼 느리다”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올 정도.

지난 해 양회 때 ‘만두세(만두 구매 시 17% 붙는 부가가치세)’논쟁이 확산되고, 지난 해 추석 때 정부가 회사에서 선물로 주는 ‘웨빙(月餠)’에도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해 시민들이 반발한 것도 모두 중국인들이 세금징수에 그만큼 예민해져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도 지난 해 ‘세금부담 고통지수 중국 세계 2위’란 내용의 기사를 실어 중국 인의 심각한 세금부담을 지적했다.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증치세 기업소득세 뿐만 아니라 도시건설세 교육부가세 지방교육발전비 토지세 등 각가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나면 실질적인 기업 세수 부담은 전체 수익의 30%를 넘는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중국 정부는 거시적 세부담(정부 세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 볼 때 중국인의 세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무겁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평균 거시적 세부담은 36.4%였지만 중국은 25.3%였고 2010년에도 26.4%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감세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은 △높은 간접세 비중 △ 중복 과세 비일비재 △사회보장제도 결여 등으로 중국인의 실질적인 세금체감 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무리 거둬들인다 해도 스웨덴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그 만큼 국민에게 돌아가는 사회보장혜택이 높기 때문에 국민들이 세금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외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기 보다는 감세정책을 내놓아 기업의 세부담을 경감하고 주민 소득을 증가시켜 내수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젠거(李劍閣) 중국국제금융회사(CICC) 회장은 “중국이 올해 세수증가폭을 10%내로 통제한다면 중국인의 세부담이 1조 위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저명 경제학자 셰궈중(謝國忠)도 “중국이 증치세 소비세 영업세 감소를 통해 1조 위안의 감세를 실시해 경제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도 지난 해부터 ‘감세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해 9월 1일부터 개인 소득세 과세표준액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기본 공제액을 기존의 2000위안에서 3500위안(한화 약 6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 경기 악화로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지자 11월부터는 기업 영업세와 증치세 기본공제액을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상하이 일부 서비스 업종에 부과하던 영업세를 증치세로 통합하고 향후 이 정책을 베이징· 톈진·충칭·장쑤·선전 등 기타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물론 잘못된 감세 정책으로 재정에 구멍이 뚫리면 누군가는 그 구멍을 메워야하는 법이다. 이는 최근 유럽 국가 재정위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세징수 체계를 조정해 국가 재원 조달에 기여하면서도 주민들의 소득재분배 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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