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70% 고액배당 ‘자회사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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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3-1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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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한국전력이 1조5000억원(추정치) 규모의 자회사 당기순익을 일방적으로 가로채려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달 30일 한전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들에 대한 70% 배당을 주요 안건으로 통과시킨다는 것.

특히 한전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원웨이(one-way)’식 통보로 주주배당을 요구해 자회사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한전 KDN,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등 한전의 대표 자회사와 발전 5사(남동, 중부, 서부, 남부, 동서) 등 10개사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자회사들의) 미래를 말살하는 파렴치한 고액배당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자회사들은 “2011년도 순익의 70%를 배당금으로 몽땅 뺏어가려 하고 있다”며“공공성을 담보로 운영되는 공기업에서 순이익의 70%에 이르는 고배당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은 지난해 2조9937억원의 영업손실과 3조5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면서 “파렴치하게 이러한 경영 실패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자회사 직원들의 피땀 흘린 경영성과를 주주배당이라는 명목으로 가져 가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회사들은 “70% 배당은 최근 5년간 (2006~2010년) 정부투자기관 평균 배당성향의 5배가 넘는 수치며 대한민국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의 무려 3배에 가까운 규모”라며“경영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자회사들의 성장과 미래를 말살하려 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자회사들은 또 “한전은 단기 성과에만 집착해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산업의 근간이 되는 자회사들의 중장기 부실을 초래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한전과 자회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민경제에 크나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회사들은 “이익의 대부분을 한전에 배당금으로 뺏기면 내부 충당금이 없어 투자와 성장이 어렵게 된다”며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총력 투쟁해 나갈 것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회사들의 공동 성명은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중겸 한전 사장의 불도저식 경영 행보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전과 자회사 직원들은 김 사장의 연공서열을 무시한 인사방식과 지나친 글로벌 사업 마인드 등 선굵은 리더십에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전의 배당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는 별다른 변수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번 성명은‘70% 배당금 룰’ 자체보다는 자회사들에 대한 권익을 배려해 달라는 차원에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 전력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배당 요구는 정당한 주주권 행사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더구나 한전의 재무불균형을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의 언급 없이 자회사들이 경영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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