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의 핵폐기를 목표로 6자회담이란 외교적 틀을 유지해왔으나,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명기함에 따라 사실상 다자협상을 통한 비핵화는 불가능 해 졌다. 또 그 동안 ‘한번도 비핵화’라는 일관된 입장이었던 중국 정부 역시 이번 북한의 개정헌법에 따라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졌다.
우선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명기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실제적인 행동은 유보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더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중국 정부가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비핵화에 힘을 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일단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비록 핵보유국이라고 헌법에 명기했으나 국제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핵폐기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30일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아무리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해도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6자회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은 아니란 논리다.
미국은 특히 6자회담 자체가 북한의 핵 개발 추진의사를 알고 시작됐으며, 이를 저지하는 게 목표인 만큼, 북한의 선언으로 그 목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포함된 모든 국제 의무를 따를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한 설득과 압박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전개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할 것이며, 심지어 핵보유국 상태에서 6자회담을 핵군축의 장으로 만들자는 주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미 6자회담 대신 북·미군축협상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도 핵보유국임을 자처할 경우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위치도 애매해지게 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인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대등한 협상대열에 올라서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면 6자회담은 사실상 이름만 걸어놓은 빈 껍데기로 전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핵보유국 상태를 인정받으려 한다면, 한국과 일본 등이 6자회담에 반대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회담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요인이 된다.
한편 북한의 핵보유국 명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요미우리(讀賣)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31일 “핵보유를 외교 카드로 내세운 강경 노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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