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수입사-딜러 공방전, 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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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3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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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을 수입하는 국내수입원 폭스바겐코리아가 30일 딜러사인 메트로모터스에 딜러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메트로 측이 이에 강하게 반발, 논란이 일고 있다. 메트로 측에선 갑을관계의 불공정 사례라고 주장하고, 수입사 측에선 상생 관계를 훼손했다고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은 새 딜러사인 신아주그룹과 기존 마이스터모터스를 메트로모터스가 운영하던 전시장의 새 딜러사로 선정, 이를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논란을 부추겼다. 20개 브랜드에 130여 딜러사가 있는 국내 실정에서 딜러사 교체는 흔한 일이다. 다만 이 가운데 논란이 인 사례는 흔치 않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수입차 25년 역사 중 수입사와 딜러 간 분쟁은 3건에 불과했다.

왜 이번 갈등이 생겼을까. 또 폭스바겐은 왜 논란이 예상되는 딜러사 교체를 강행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지난 25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져 온 국내 수입차의 유통 경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해외 본사에서 차를 수입해 오는 수입사와 이를 각 지역별로 국내서 판매하는 딜러사로 나뉘어 있다. 수입차 도입 초창기 시절 자본력이 크지 않았던 수입사가 국내에 제품을 효율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해 지역별 판권을 나눈 게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차츰 퍼져 간 유통망은 차츰 탄탄한 구조를 갖춰갔다. 2000년대 중반 굴지의 대기업이 이 구조를 바꾸려 했으나 실패했을 정도다. 현재도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20개 수입 브랜드는 130여 딜러사가 운영하는 270여 전시장을 통해 전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형태는 회사별로 다양하다. 한성차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관계처럼 최대 딜러사가 수입사의 최대주주거나, 포드처럼 10여 개 대부분 전국 딜러사를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수입사 중에서도 본사의 한국법인 형태가 있고 단순 수입사가 있고, 딜러사 중에서도 대기업 자회사, 소규모 지역 자동차 사업가 등 제각각이다.

업무도 철저히 분업화 돼 있다. 수입사는 본사와의 수입물량 협의와 전체 브랜드 관리, 딜러사 지원 업무를, 딜러사는 각 지역별 판매 및 애프터서비스를 맡는다.

일전엔 수입사 측에서 구형 모델의 재고를 딜러사에게 떠넘기는 등 갑을관계에 따른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윈-윈(win-win)’ 관계란 게 대부분 수입사 및 딜러사들의 설명이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개별 딜러사의 판매가 저조하거나 서비스의 불만이 생기면 딜러 이상으로 수입사, 즉 브랜드 전체에 타격이 온다. 단순히 갑을관계로 생각해선 성장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개별 딜러사의 시설 및 서비스 투자도 어디까지나 ‘권유’를 기본으로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딜러사로서도 손해볼 게 없다.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브랜드의 판매가 늘고 있는 만큼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다, 판매가 극심하게 저조할 경우, 기존 사업을 철수하고 타 브랜드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물론 적잖은 추가 투자비용을 감수해야 하지만.

하지만 이번 건은 반대였다. 수입사인 폭스바겐코리아의 실적은 좋은데, 딜러사인 메트로모터스의 모회사가 어려워진 경우다. 이에 앞서 아우디코리아와 AM모터스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폭스바겐은 국내서 올 6월까지 775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보다 17.6% 늘었다. 더욱이 올 9월 출시하는 신형 파사트도 적잖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사가 올들어 서울 양천ㆍ송파, 충청 천안ㆍ청원 등에 연이어 양질의 딜러사를 추가 모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메트로모터스는 2008년 모회사인 대우차판매의 경영난 및 워크아웃으로, 2010년 영안모자에 매각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미쓰비시 국내수입원인 같은 회사 산하 MMSK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시기와 때를 같이 한다.

지난 2002년과 2004년에 현재의 분당ㆍ서초전시장을 열고 10년 넘게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온 이 회사는, 하필 수입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 기간에 사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 회사가 운영해 온 두 전시장, 분당과 서초는 ‘수입차 격전지’로 불릴 만큼 중요한 요충지다. 폭스바겐코리아 입장에서도 손해를 감수한 셈이다. 더욱이 앞선 5월 오토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메트로가 딜러사로 선정된 지 4년 후인 2005년부터 딜러사의 의무인 서비스 투자를 요청해 왔으나 이행되지 않아 갈등을 빚어 왔다. 또 이 상태가 2010년 영안모자 인수 후에도 시정되지 않았다. 폭스바겐으로써도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었다. 보도 내용이 정확하다는 전제 하에 무려 8년여를 끌어온 셈이다.

영안모자는 이 같은 갈등 속 올 4월에 오히려 브랜드와 무관하게 전 브랜드, 전 차종을 판매하는 ‘오토마트’란 원 브랜드 숍 사업을 새로이 추진했다. 전국에 10여 곳의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구체적 계획도 발표됐다. 전사적인 역량을 신사업에 쏟아야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폭스바겐 입장에선 투자가 시급한 자사의 주요 지역 전시장을 맡은 딜러사의 ‘타 사업’을 반길 리 없었다. 더욱이 시간에도 쫒겼다. 최근 수입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수입차의 서비스 문제를 놓고 조사에 나선 상태였다. 판매 확대에 따른 서비스센터 재정비를 통한 대고객 서비스 개선도 시급했다.

요컨대 이번 공방은 단순히 어느 한 쪽이 피해를 입은 불공정 사례라기보다는 양측 모두 불가피한 가운데 벌어진 공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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