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기 요금 인상’이 해결의 열쇠지만 정부가 국민들 부담을 고려해 전기 요금은 대폭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주가와 실적 모두 부진해 한국전력 주주들의 한 숨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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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영증권 |
2일 한국전력은 지난달 7월 27일 별도 기준 2분기 영업손실이 2조314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1조4238억원보다 62.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17.5% 증가한 10조6357억원을 거뒀지만 당기순손실은 2조218억원으로 47.8% 악화됐다.
시장의 충격은 컸다. 급감한 실적 뿐만 아니라 재무재표를 별도, 연결 두 번 나눠 발표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갑작스런 별도 실적 발표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실적을 부각해 전기인상 요금 폭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협상수단으로 판단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별도 실적은 증권사 애널리스트한테도 이야기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최대한 않 좋은 실적을 부각해 요금 인상률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연결기준 발표는 오는 10일로 예정됐는데 발전회사를 포함하기 대문에 상대적으로 별도실적보다는 좋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70개의 연결대상 종속회사가 있는데 이들 회사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6개 발전자회사의 합산 실적이 모회사보다 항상 좋았다”며 “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발생하는 손실의 대부분을 모회사인 한전이 떠안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전력이 요금 인상에 민감한 것은 인상률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분기 전기판매 수익은 19.7%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4.9%, 4.5% 인상한 요금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
때문에 올해 역시 한국전력은 지난 4월 13%, 지난 7월 16.8% 전기요금 인상안을 건의했지만 모두 정부로부터 거절당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정부의 권고에 따라 기존보다 크게 낮춘 5% 미만 범위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 결국 소액주주가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8월 소액주주들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률이 원가에 못 미쳐 손해를 입었다며 김쌍수 전 한국전력 사장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에는 같은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규모는 7조원이 넘는다.
실적 악화로 주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한국전력 주가는 3만원 초반에서 2만원 후반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지난해 말부터 주가 박스권은 2만원 초반대로 한단계 내려앉았다.
증권사 연구원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4년 내내 적자를 이어가는 동안 증권사 연구원들이 ‘내년에는 턴어라운드할 수 있다’고 말해 마치‘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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