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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수원역 지하상가는 사람로 붐비는 모습이었지만 실제 점포에 들어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
아주경제 임하늘 인턴기자= 지난 11일 주말을 맞은 경기도 수원역 지하상가는 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만큼은 불황을 피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하상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지하상가를 그저 '통행수단'으로만 이용할 뿐이었다. 실제 점포에 들러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때 잘나가던 수원의 쇼핑 1번지 수원역 지하상가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서 14년째 여성의류 매장을 운영 중인 A씨는 "사람들이 많아도 그냥 한 번 쳐다볼 뿐이지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면서 "오늘 오전부터 지금까지 옷을 단 한 벌도 팔지 못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류는 유행에 민감해 물건을 자주 바꿔야 하는데 회전이 안 되니 재고만 쌓인다"며 "의류매장들은 최근 상대적으로 마진이 많고 주변 대형 쇼핑몰에 없는 휴대폰 매장으로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원 지하상가는 과거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 의류점포가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분의 1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휴대폰 대리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점주들은 매출 감소 요인으로 주변의 대형 쇼핑몰을 꼽았다. 실제 수원역에는 AK플라자 수원점이 들어서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그룹에서 운영하는 '롯데쇼핑타운'마저 근처에 들어설 것이란 소식에 지하상가 상인들의 걱정은 두 배가 됐다.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고객을 다 뺏겼다. 고급 브랜드뿐만 아니라 중저가 브랜드도 입점돼 있어 주변 상권을 죽이고 있다"며 "그나마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상품이 휴대폰이라 업종을 변경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대형 쇼핑몰이 입점하려면 기존 상인들과 상생방안을 제시하고 합의가 필요한데, 시나 정부에서 대기업의 영업 확장을 막아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원역 지하상가는 올 연말에 리뉴얼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10년째 남성복을 판매하고 있는 K씨는 "리모델링을 할 때 주변 상권과 통로를 연결해 매출을 올리도록 해야 하지만, 이 같은 상인들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힘 없는 영세상인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이곳 상인들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고객에게 친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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