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산업계가 경제단체를 앞세워 특단의 ‘경제살리기’ 대책에 나섰지만, 봇물 터진 듯한 규제법안의 리스크가 팽배한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쟁점화된 규제는 순환출자 금지 및 법인세법 개정안 등이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순환출자 규제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 15곳이 타격을 받는다. 여기엔 재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기아차그룹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국내 수출을 견인하는 전자, 자동차 분야 대표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이들 업종의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규제법안까지 리스크를 높이는 변수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순환출자 규제가 이뤄질 경우 주요 그룹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순환출자가 존재하는 그룹 15곳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매각해야 할 지분 가치가 9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순환출자 규제시 리스크를 안게 되는 기업집단을 순서대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룹이 가장 리스크가 높고, 이어 한진, 동부, 롯데, 영풍, 하이트진로, 현대중공업, 삼성, 현대, 현대백화점, 한라, 동양, 현대산업개발, 한화, 대림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순환출자의 마지막 고리가 되는 계열사의 지분율을 총수 일가의 지분율에 대입해 경영권 리스크를 평가한 것이다.
경제계는 법인세 인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인상 논의가 활발한데 따른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주요국가들이 최근 경제위기를 감안해 증세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국제 흐름에 역행하는 증세는 기업경쟁력을 약화시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자본 유치에도 최근의 증세기조가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60여개 외국계 기업 중 69%가 증세기조로 경영부담이 커지면 철수도 신중히 고려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유럽발 경제위기 국면에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북돋아줘야 하는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출자구조를 규제하면 오히려 투자에 지장을 줄 것”이라며 “계열회사 또는 우호적인 기업이 상당한 금액을 들여 순환출자 지분을 인수할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시장경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시장경제의 자율과 창의에 악영향을 줄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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