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체 대표인 이재훈씨(55)는 요즘 서울 근교의 농가주택을 찾고 있다. 공기 좋은 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퇴직 전까지는 세컨드하우스(별장 개념 주택)로 쓸 예정이다. 이씨는 "주택과 텃밭을 포함해 991㎡(300평) 정도의 농가주택을 알아보고 있다"며 "회사가 있는 구로디지털단지와 가까운 안산·시흥·광명 지역을 특히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퇴직이 가속화되면서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농가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하고 도심과 가까운 농가주택을 매입해 전원생활과 도시생활을 동시에 누리려는 수요가 많아진 때문이다.
특히 노후자금을 계획성 있게 써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시골에 전원주택을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의 농가주택을 리모델링해 쓰는 편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의 귀띔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평균 퇴직연령을 55세로 본다면, 이미 진행된 이들의 은퇴는 오는 2018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방의 농가주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농가주택 매물은 대체적으로 2억~3억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건물 상태나 면적, 입지에 따라 다르지만 2층에 상태도 좋은 경우 10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안산시 화정동에 위치한 농가(대지면적 320㎡, 건축면적 90㎡)의 경우 3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안산 대부도에 위치한 농가주택(대지면적 284㎡, 건축면적 112㎡)의 경우 1억6500만원에도 거래된다.
시흥 월곶동에 있는 한 농가(대지면적 205㎡, 건축면적 36㎡)는 시세가 1억6500만원, 시흥 포동에 위치한 농가(대지 427㎡, 건축면적 105㎡)는 5억2000만원 선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도 농가 사들이기에 가세했다. 전원주택·토지 매물포털 전원닷컴 관계자는 "요즘에는 베이비부머뿐 아니라 혁신학교 등 교육 목적으로 30~40대도 농가주택을 많이 찾는다"며 "양평의 경우 조현초등학교 등 혁신학교가 자리잡고 있고, 전철 개통으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원닷컴의 설문에 따르면 웹사이트 방문자 223명 중 103명(46%)은 전원주택 입지로 '서울과의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어 자연환경(42.2%), 투자 적격지(6.7%), 고향이나 연고지(4.9%)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농가주택을 매입할 경우 교통여건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존도로와 함께 도로 신설 및 확장 계획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매입 전에 해당 농가주택의 등기를 꼭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무허가 건물이거나 대지가 아닌 농지에 들어선 경우도 적지 않아서다.
완공된 지 오래된 집일 경우 서류상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다를 수도 있는 만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또 증·개축이나 신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시·군·구청에서 미리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농가주택 등의 경우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단기 투자에 나서기 전에 수익성을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 투자의 경우라도 매입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교통여건 등 접근성 파악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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