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서만 시공순위 13위(2012년 기준) 쌍용건설과 웅진그룹 계열사 극동건설(38위)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건설업계에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건설업체는 올 들어 탄탄한 중견기업들이 줄줄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상태다. 하지만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여건 속에서 건설·부동산 경기마저 극도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중소→중견→대형 건설사로 위기 번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 규모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은 수년 전부터 지속돼오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도를 맞은 종합건설업체는 총 172곳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유동성 위기가 비단 중소 건설사들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공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중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20곳에 달한다.
지난 5~6월에는 중견 주택사업 전문업체들인 풍림산업(29위)과 우림건설(71위), 벽산건설(28위)이 차례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여기에 극동건설이 사실상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구조조정 업체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초 불거진 쌍용건설의 부도설로 대형 건설사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때 시공순위 10위권 안에 들었던 금호산업(16위)은 이미 2010년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큰 그룹 계열사라도 사업 하나만 잘못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규모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 같은 건설업 위기 속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거리로 내몰리는 업계 종사자들도 늘고 있다.
최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의 '건설사 인력조절 현황'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은 건설사 직원의 41%가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다.
◆위기 돌파할 특단의 대책 시급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업체들의 경우 주택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중·삼중고를 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공사 원가는 높아지지만 사업비는 정체 상태에 머무르면서 수익성이 급락하는 것도 문제다. 건설협회가 2006~2011년 국내 건설공사 이윤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07년 8.3%까지 달했던 것이 2010년 1.6%, 지난해 2.2%로 크게 낮아졌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업계는 PF사업 차질과 수익률 저하, 공공 공사 부족 등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며 "공사비 현실화를 통한 적정공사비 확보 등 유동성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여러 차례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에도 금융위원회는 3조원 규모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브릿지론 부활, PF 부실채권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한 박자 느린 대책 발표와 시행 방안 추진 지연 등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기획실장은 "매번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비슷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며 "대책을 여러 번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빠른 시행을 통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는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활성화 방안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요를 새로 창출하는 정책이 추진될 때"라며 "공공 공사 발주 증대와 공모형 PF 위기 해결, 펀드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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