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드림론은 서민들이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캠코 신용회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연 11% 수준으로 전환해주는 서민금융제도다. 그러나 김씨의 생활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이자 부담만 덜었을 뿐, 소득이 감소하고 지출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하루 14시간 식당일을 하고, 자녀도 용돈을 번다며 아르바이트를 뛰었지만, 손에 쥔 돈은 푼돈이었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법원에 파산·면책을 신청했다.
정부가 밀어부친 서민금융의 연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의 빚 상환 능력을 제고시키기 보다 금융정책으로만 접근, 대출만 늘렸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자칫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말 미소금융 연체율은 5.0%, 햇살론 연체율은 9.4%였다. 불과 한 달 만에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상승했다. 바꿔드림론 연체율도 같은달 7.6%였다.
문제는 서민금융 상품으로 금리를 조정받았음에도 불구, 개인파산이나 신용회복을 신청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8월말 현재 햇살론 대출자 23만여명 중 개인파산 신청자는 460명, 개인워크아웃 등 신용회복지원제도 신청자는 1118명이었다.
이에 가뜩이나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에 서민금융 연체 및 가계부채 누증 등으로 신용위험도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의 경영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하지만, 가계부채의 누증,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대출의 부실화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6월말 기준 0.78%로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 줄곧 상승 추세다. 신규연체 발생도 올해 상반기중 4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4조2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서민금융지원을 늘리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도 하라고 독려해 부담액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파산 면책의 빚을 탕감해주는 사례가 증가하면 은행들로서는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서민금융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 서민들의 빚 상환 능력을 제고시키기 보다 금융정책으로만 접근, 대출만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은 “신용등급 6~10등급 저신용자는 다른 금융회사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가 많기 때문에 긴급 생계형 대출을 해주거나 전환대출을 해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아직 큰 문제거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 가능한 규모”라며 “(신청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 서민금융의 방향은 또 어떻게 변할지 미지수라는 점도 은행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 주도 아래 운용되는 서민금융상품은 정권과 궤를 같이 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학 경제학 교수는 “서민금융상품의 경우 대표적인 MB작품인데, 차기 정부가 이어나가겠냐”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빚을 더 지게 하는 것보다 채무자에게 맞는 채무조정 제도를 고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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