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포켓세대는 199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부모·친조모·외조모 등 6명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아이들을 일컫는다. 일본 경제를 닮아가는 한국에서도 최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프리미엄 키즈용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어린이 관련용품 시장은 지난해 약 3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10조원이던 것이 8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특히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은 매년 2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손자를 위해 어린이 펀드에 가입하고, 어린이 전용 치과와 미용실이 등장했다. 고가의 수입 유아용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내 아이는 먹는 물부터 달라
현재 국내 프리미엄 키즈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제품은 물이다.
한 수입 생수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베이비워터 시장의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 추가 진출하는 브랜드, 인기 브랜드 유치를 위한 업체 간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청정지역 가운데 하나인 오스트리아산 유아용 생수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500㎖/5000원)나 호주산 오지베이비워터(350ml×24/7만6800)는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엄마들 대부분은 이 물에 분유를 타서 먹인다. 미네랄 등 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고, 청정지역 물이라 살균도 필요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모차계의 벤츠 '스토케' 역시 대당 169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의 CEO인 토마스 스테빅 스토케는 최근 "한국 엄마들의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국법인 설립의 결정적 이유"라며 "스토케의 한국 매출은 아시아 태평양 매출의 30%가량이고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산 카시트 '브라이택스'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지난 2001년 국내 시장에 진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브라이택스 관계자는 "라인별로 제품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일반제품보다 프리미엄제품이 더 인기"라며 "불황이라 각종 브랜드가 고전하고 있지만 브라이택스는 판매량은 매년 20%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아동복도 잘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등은 버버리 칠드런·구찌 키즈·폴 스미스 키즈 등 명품 아동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아동복은 2010년 22% 성장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는 10월까지 무려 21%나 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유아의류는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 등이 자녀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단위 쇼핑객이 많은 지역 위주로 매장이 진출해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4~5년 전만해도 국내프리미엄 유아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최근에는 고가의 수입 브랜드가 프리미엄 키즈시장의 70~8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불황을 모르는 어린이 전용 미용실·병원
엄마들이 가격이 비싼 어린이 전문 미용실을 찾는 이유는 천연재료 때문이다. 미용제품의 경우, 어린이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가격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펀키즈코리아의 '버블스토리'는 어린이 전문 미용실로 인기다. 1~7세 아동을 타깃으로 하는 이 미용실은 오픈 7년 만에 점포 수를 9개로 늘렸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지아모헤어의 커트 가격은 3만원, 파마 가격은 7만원 내외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친환경 파마약과 샴푸,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황정준 펀키즈 이사는 "자영업자가 줄도산하는 불황에도 지점 개설문의가 전년대비 10%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아모 관계자 역시 "주말 예약은 3일전에 마감될 정도로 강남 일대에서 키즈 미용실은 인기"라고 했다.
소아전용 한의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피부와 뼈가 약한 어린이를 위해 친환경 약재를 사용하고, 향기탕약·증류한약·통증을 줄인 붙이는 형태의 침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진료와 함께 시력관리, 심리치료, 성장클리닉 등도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외동 자녀, 아이에게 미안해하는 부모의 심리 접점에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이 있다"며 "이들 식스포켓세대가 프리미엄 키즈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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