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은행권이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 고삐를 강하게 죌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34로 카드사태 당시인 2003년 2분기와 3분기 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 신용위험은 25였다. 가계 신용위험이 약 10년 전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의 김용선 팀장은 이에 대해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상존하는 가운데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34로 지난해 4분기와 같았다. 이는 지난 2009년 2분기 41 이후 최고치다. 내수 부진 등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건설·부동산·임대업 등 취약업종의 신규부실 발생 압력이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 결과다.
대기업은 전 분기 9에서 올해 1분기 13으로 신용위험이 대폭 올랐다. 글로벌 경기부진에 따른 교역환경 악화 등이 반영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16으로 전분기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을 중심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출수요지수는 전분기보다 무려 10포인트 확대된 16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 확보 필요성 등으로 대출수요가 대폭 늘 것이란 전망이다.
가계 주택자금 및 일반자금 대출수요는 각각 9와 6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4포인트와 3포인트씩 낮아졌다. 주택자금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유동화조건부 적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일반자금은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라 소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 수요 확대에도 은행권의 대출문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은 -2로 지난해 4분기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대출태도지수는 기준치가 0으로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한다. 이 지수가 높으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영업에 나선다는 뜻이며 낮을수록 그 반대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4분기 -4 이후 3년여 만이다.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는 뜻이다.
김용선 팀장은 "업황 부진에 따라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확대 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은행들이 내실경영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특히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분기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과 -6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3포인트와 6포인트씩 떨어졌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업황 부진에 따라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부실확대 요인이 잠재하고 있어 소폭 강화된 태도로 전환하고, 대기업 역시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신용위험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태도를 다소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가계 주택자금과 일반자금에 대한 대출태도는 각각 3과 -3으로 전 분기와 모두 동일했다. 주택자금에 대해서는 은행의 고정금리부 대출확대 노력 등으로 낮은 수준의 완화세를 이어가는 반면, 일반자금은 가계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우려 등에 따라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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