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과 인수위 측은 혼선을 막기 위해 '철통 보안'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언론통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첫 전체회의에서 "대변인 외에 다른 구성원이 인수위원회 활동을 대외에 알리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박 당선인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정현 비서실 정무팀장은 기자들에게 "외과수술을 해 입을 없애 버렸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대다수 인수위원 역시 기자들의 취재에 답변을 회피하거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인수위의 유일한 취재 창구인 대변인의 브리핑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추가 질문은 받지 않는 등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지난 6일 인수위 내부에서 진행된 워크숍과 관련,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기삿거리는 없다. 공개할 만한 영양가는 없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기삿거리가 있는지 여부는 언론이 판단할 문제 아니냐고 기자들이 반발하자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 없는 것을 계속 길게 브리핑하면 뭐하나"라고 반문하면서 오히려 취재진을 핀잔 주기도 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대변인이 아는 게 뭐냐' '이럴 거면 인수위에 기자실은 왜 만들었느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기자는 "500명이나 되는 기자들이 닭장 속 같은 기자실에 갇혀서 대변인 입만 쳐다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며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겠다는 과거 독재시절 발상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두 차례에 걸친 인수위원 인선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역시 '철통 보안' 속에서 '여론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소통과 대통합을 강조했다. 투명한 행정정보 공개를 골자로 부처간 벽을 허무는 '정부3.0'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처럼 정책으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보안'이라는 장막 뒤에 숨어 '불통' 행보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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