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방미를 하루 앞둔 이날 오바마 행정부의 벤저민 로즈 국가안보 부 보좌관은 기자들과의 다중전화 회견에서 “나토(북대서양방위조약기구)의 전투 임무가 끝나는 2014년 이후 미군의 완전 철군은 우리가 고려하는 하나의 옵션”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공공연한 사실로 말해왔지만, 국방부 등 군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대 테러 작전 및 아프가니스탄의 안전을 위해 일부 병력이 남아 주둔하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완전 철군 가능성이 전해지자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향후 계획을 어떻게 실현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즈의 이날 발언이 백악관이 펜타곤과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방미하는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앞으로 미군 운용 계획 등을 협의할 예정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문장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로즈 부 보좌관은 밝혔다.
로즈 부 보좌관은 또한 “미국의 핵심 목표는 알 카에다를 완벽하게 섬멸해 다시는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 2014년 이후 미군 주둔 여부는 이 목표를 어떤 방식으로 달성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이해하게 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파병된 미군 수뇌부와 국방부는 테러리스트 그룹을 공격할 수 있는 사령부를 주둔시키는 안을 그동안 추진해 왔다. 전투 사령부를 두기 위해서는 병참기지 등 여러 지원이 필요하므로 미군이 당분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로즈 부 보좌관은 “아프가니스탄 군대를 훈련하고 제대로 무장시키는 일이 앞으로 현지에서의 또 다른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방부 리포트에 따르면 아프간 육군의 23개 여단 중 한 개만이 미군이나 나토의 지원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동안 미국과 나토는 2014년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안전과 비 테러 지역화를 위해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뉴욕타임즈(NYT)는 밝혔다. 이와 관련 카불의 존 알렌 미군 사령관은 약 6000~2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방안을 애초 검토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백악관이 더 강한 철군 옵션을 주문했고, 결국 펜타곤은 3000명, 6000명, 또는 9000명을 주둔시키는 크게 세 가지 옵션을 준비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한편 카르자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과 11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하루 앞서 10일에는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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