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하부 조직 개편이 이뤄져도 업무 인수인계와 명확한 업무 분장에 대한 조율이 한두 달 만에 끝나는 게 아니어서 업무공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근무처에 따라 잠자리가 바뀌고 짐을 풀고 싸야하는 공무원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종시 이전 이슈까지 겹치면서 무척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늦어도 29일까지 정부조직법과 관련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각 부처별로 의견대립이 많아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뜨거운 격전지는 농림수산식품부다. 농식품부와 식약청품의약품안전청이 업무이관을 놓고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 부활로 수산업무가 분할된 데다 식약청이 국무총리 산하 처로 격상되면서 식품정책기능도 떼주게 된 농식품부로서는 내줄 것은 내줘도 업무 영역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차기 정부서 막강한 진용을 갖추게 된 식약청이 호락호락 물러날 리가 없다.
특히 도축장과 집유장, 수입축산물 검역 등의 업무 범위를 놓고 양측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쟁점은 도축장에서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생산·위생관리 과정을 놓고 '생산에 대한 범위와 위생관리를 농식품부로 위탁할 것인가'여부다.
농식품부는 도축장 내 위생 분야인 도축검사가 식약청으로 이관되더라도 품질관리 분야인 등급판정 및 이력관리는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도축장은 가축전염병 예방과 확산 차단의 거점”이라며 “방역업무와 질병관리에 대한 업무를 이원화하면 구제역이나 광우병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초기에 긴급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축장 위생관리가 농식품부로 위탁되면 위생, 질병, 품질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식약청은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를 위해서는 도축검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이관 받아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인수위가 식품의 안전관리를 일원화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그대로 따르는 것 뿐이다"라며 원칙대로 강행할 뜻을 시사했다.
양측은 지난 주말까지 최종 조율을 놓고 머리를 맞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다만, 원안 대로 축산물위생법의 전체 소관은 식약청으로 넘기고, 생산 단계에 대한 조율은 대통령령을 손질할 때 농식품부로 위탁하는 것에 잠정합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에 대한 수정은 어렵다는 게 행안부·인수위의 입장이다.
가뜩이나 세종시 이전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사한 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짐을 꾸려야하는 최악의 상황 앞에서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농식품부 한 직원은 "공무원이 부랑자도 아닌데 경우에 따라 또 다시 과천으로 돌아가거나 연고도 없는 부산·전남·여수·목포까지 가야할 판국"이라며 "기본적인 의식주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힐 까닭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보통신(IT)과 우정사업본부 등을 내주고 통상·교섭 권한을 가져온 지식경제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조직 정비 방안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부서의 이름하나 바꾸거나 해당 실국의 범위 조정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3월 인사를 앞두고 실장(1급)과 국장(2급) 등 간부들은 나와바리(영역)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 개편에 설전이 오가고 있다. '공룡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IT·신산업 관련 100여명의 인력을 보내는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되고, 새 정부 들어 호시탐탐 중견기업·지역산업 진흥 기능을 넘보고 있는 중소기업청과의 업무 조율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지경부 산하에 있던 산업기술연구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의 산하기관도 융합산업의 추진으로 산업 간 조직이 얽혀 있어 메스를 대기가 쉽지 않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상공자원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지금의 지경부로 자리잡는데 2년이 넘게 걸렸다"며 "새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연착륙하려면 성장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업무를 담당한 무역지원단 6개 팀이 지경부로 이관하게 되면서 소폭 변화에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다. 하지만 FTA의 한 축을 이뤘던 국내대책 수립 기능을 지경부에 넘겨준다는 것이 여간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지난해 초 신설해 1년간 애정을 쏟아 온 장기전략국 역시 명분상으로는 존치됐지만 상당부분 미래창조과학부로 업무 이관이 불가피해 '죽 써서 개 준 꼴'이라는 직원들의 불평도 잇따른다. 재정부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 부활로 위상은 올라갔지만 사실상 다른 부처에 업무를 떼어준 성격이 짙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이 대선과 맞물려 온전한 업무환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부나 해수부 등 신설부서의 자리 배치, 국토부와 농식품부 등 부처 축소가 맞물려 세종시는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당장 3월 정부출범과 함께 업무가 시작되는 미래부의 거처가 빨리 결정돼야 혼란이 최소화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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