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당선 일성(一聲)으로 대탕평(大蕩平)정책을 꼽았다. 탕평의 근본정신은 왕권의 절대성을 회복하고 집권 관료체제를 재정비함으로서 정치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었다.
국민들은 박 당선인 주변 사람들 중에서 인재를 고르려는 생각을 버리고 전국 각지를 망라하여 널리 찾고 신중하게 발탁하여 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박 당선인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인재 등용은 청문회 통과 여부에 우선을 두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동안 정권에서는 권력자의 주변인물 중심으로, 특히 대통령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요직을 나누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의 인수위 구성 인원이나 초대 총리 후보자 지명을 보면서 혹시 이런 전철를 밟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든다. 김 후보자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해도 건강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바른 정치는 공성신퇴(功成身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모들이 공을 세운 이후 자리 다툼을 하지 않고 겸허히 물러난다는 뜻이다. 공을 이루었다고 보상을 바라는 참모들은 등용이 됐다 해도 비리(非理)에 젖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처럼 정권 창출에 노력한 인사들을 배제하고 유능한 인재들을 찾아서 기용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업무능력과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조용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참 일꾼들을 발굴해 등용해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인재 발굴에 있어 정부가 확보하고 있는 정보망 내의 인재 중 여당에 반대한 사람, 선거 기간 반대편에 서 있었던 이유만으로 먼저 배제할 경우 인재풀이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부에서 '고소영' 운운했던 지적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최선을 다한 정부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정말 인재를 잘 골라 쓸 줄 아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너무 젊어서 안 된다, 어느 지역 출신이라서 안 된다는 식의 인사정책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선거판에서 뛴 사람이라도,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엄격한 잣대로 골라야 하고 정파와 학연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것은 과거 정부에서 증명된 불변의 진리이기도 하다.
정치사회부장 양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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