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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청사, 까면 깔수록 총체적 부실…행안부야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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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1-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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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해물질 기준치 10배 초과…무리한 조기입주<br/>BRT 두 달 만에 교체…인근 도로는 주차전쟁

아주경제 배군득·김선국 기자=지난해 12월 27일 정부세종청사 개청식을 시작으로 6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5500여명의 공무원이 세종시에 근무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주여건에 대한 불만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8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실과 차관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정부세종청사 건물에 대한 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새집증후군 유발 물질 등이 기준치보다 10배 이상 검출되는 등 '무리한 조기입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청사 출근부터 먹는 문제, 쉬는 공간, 실내 공기 등 모든 게 다 불편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건물 천장에서 물까지 샌다"며 "행정안전부가 세종시에 내려오지 않아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애환을 모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통문제 가장 심각…출·퇴근 걱정 앞서

교통에 대한 불만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선급행버스(BRT) 3대가 운용되고 있지만 잦은 고장 등으로 일찌감치 운행이 중단됐다. 현재 BRT 전용도로는 행복청에서 임시로 전세버스를 대절해 소화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세종청사 입주부처 한 공무원노조는 "BRT 도입과정과 배경, 현 운행실태 등을 공개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차라리 BRT를 없애고 중간에 차지하는 2차로를 편도 3~4차로로 확장, 경전철 건설, KTX 정기권 70% 할인, 오송역 무정차 통과 등으로 교통에 대한 편리함을 꾀하는 게 우리를 위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는 KTX 정기권에 대한 할인율을 기존 5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반 정기권과 형평성 때문에 의견 조율이 늦어지고 있다.

주차장 문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행안부에 따르면 현재 세종청사 건물에는 지하·지상을 합쳐 1400여대가 주차할 수 있다.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주차공간 부족으로 갓길 등 불법 주차가 기승을 부리자 10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5곳을 마련했다. 향후 옥외주차장 2곳을 추가해 3000여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청사를 방문하는 서울·대전 청사 관계자나 민원인들은 청사 내 주차장 출입이 제한돼 있어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는 청사 주변 중앙실선에 주차금지 기둥을 세우는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냉동식품 일색…구내식당 꺼리는 공무원들

먹는 문제도 공무원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1500여석이 마련된 구내식당 4곳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긴 줄이 만들어진다. 5동 6층에 위치한 구내식당은 농식품부, 기획재정부 두 곳이 시간제로 나눠 끼니를 때운다. 일부 공무원들은 청사 한 쪽에 마련된 도시락 전용 식사공간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모처럼 외식이나 해볼까?'하는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가장 가까운 첫마을 식당을 가더라도 빨리 가야 10분, 서둘러서 왔지만 줄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자리에 앉지 못하고 10분 정도 기다리고 나면 정작 밥 먹을 시간은 점심시간을 1시간이라고 했을 때 20분 정도이다.

소문난 식당이 위치한 조치원이나 오송 등으로 외식을 하러 나간다면 10분 안에 밥을 먹고 청사로 복귀해야한다. 이런 환경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도 모자라 돈은 더 내야 한다. 공급은 한정돼 있지만 수요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시에 내려와서 첫날 한 번 구내식당을 이용한 후 지금까지 밖에서 먹고 있다"며 "인근 식당까지 15분가량 자가용으로 움직이지만 도무지 구내식당 식단에는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주변은 공사판…날씨 풀리면 먼지가 골칫거리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먼지와의 전쟁'에 몸서리를 친다. 그나마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려 미세먼지가 많이 줄었지만 날씨가 풀리면 인근 아파트와 상가 공사가 활기를 띠며 비산먼지, 미세먼지 등이 청사 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은 여전히 새집증후군에 시달리며 아예 마스크를 구비해 업무를 보는 상황인데, 주변 먼지가 유입될 경우 해결방안이 마땅치 않아 발을 구르고 있다.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에 입주한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모두 이주한 공무원들은 오는 3~4월 황사와 함께 모래를 동반한 먼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한 실정이다.

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어디든지 새로 조성되는 곳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세종청사는 너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인원이 왔다"며 "행정안전부가 이 정도 수요와 불편함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정부 업무 능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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