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태국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울려 퍼진 베트남 남자 축구대표팀의 승전고는 단순한 승리 이상의 이정표였다.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이 숙적 태국을 3-2로 꺾고 제33회 동남아시안(SEA) 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지역 축구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임 단 1년 만에 동남아시아 3대 주요 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김상식 감독의 지도력은 그 어떤 명장도 도달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게 됐다.
태국과의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초반 기세는 암울했다. 전반에만 내리 두 골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으나, 하프타임을 기점으로 흐름은 급변했다. 김상식 감독은 "우승하려면 반드시 60분 이전에 동점골을 넣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았고, 선수들은 이에 응답하듯 후반 15분 만에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터진 결승골은 120분 혈투를 역전승으로 매듭짓는 마침표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은 과거의 색깔을 과감히 탈피했다. 화려한 패스 플레이에 치중하던 기존의 스타일 대신, 철저히 ‘이기는 축구’에 집중한 실용적 전술이 빛을 발했다. 김상식 감독은 공격 타이밍과 수비 전환의 균형을 강조하며 태국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인내와 전략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러낸 결과였다.
김상식 감독의 행보는 기록이 증명한다. 2024 AFF(아세안축구연맹)컵, 2025 동남아 U23 챔피언십에 이어 SEA 게임 금메달까지 싹쓸이하며 부임 후 연령별 대표팀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승리는 심판 판정이나 편파 시비 없이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일궈냈다는 점에서 태국 현지는 물론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 팬들로부터도 박수를 받았다.
결승전의 주역 응우옌 딘 박 선수는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끝까지 버틸 힘을 주었다"며 "60분 전 동점을 만들라는 감독님의 확신이 팀 전체를 하나로 움직이게 했다"고 승리의 비결을 전했다. 감독과 선수의 굳건한 신뢰가 명승부를 만들어낸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승리가 베트남 축구의 ‘구조적 진화’를 상징한다고 분석한다. 감각적인 플레이에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효율과 결과를 중시하는 실용주의 전술이 완전히 안착했다는 평가다. 김상식 체제 아래 승리하는 법을 배운 젊은 세대들이 향후 더 넓은 국제 무대에서 어떤 경쟁력을 증명할지 전 동남아시아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