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은행권의 정규직 전환, '속 빈 강정'은 안 된다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무늬만 정규직이고 처우는 전과 같아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이같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각 은행들이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계약직은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처우는 계약직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계약직 창구직원 8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기존 정규직과 같은 정년과 복리후생을 보장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37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우리은행도 계약직 715명 중 입사한 지 2년이 지난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발령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대부분 창구직원들로, 정규직이지만 직군이 별도로 구분돼 임금과 승진, 담당업무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정년을 보장받지만, 급여는 일반 정규직 초봉의 60% 수준이고 호봉승급도 없어 경력이 쌓여도 급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 정규직과 달리 직무와 급여체계가 구분돼 있어 오히려 차별을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다. 또 창구직원이 대리급으로 승진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창구직원들은 처음부터 승진을 기대하지도 못한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였던 계약직 직원들에게 정규직 전환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실상은 '속빈강정'인 셈이다. 사회공헌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은행권이 고용안정에 앞장선 것은 높게 평가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고용 차별을 없애려던 것이 자칫 또다른 차별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정규직 전환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근무만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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