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초롱 기자=수백억 원대의 재산이 있으면서도 위장이혼까지 감행하며 납세 의무를 회피한 부부가 붙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문찬석 부장검사)는 1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시가 고발한 A(77)씨와 부인 B(74)씨를 구속했다.
지방세 체납처분을 피하려는 체납자와 배우자를 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 부부는 2005년 협의 이혼했다.
검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이때 A씨는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 중 제주도 서귀포시 임야와 경기도 용인시의 대지 등 14필지를 제외한 서울 강남구의 빌라 17채와 강원도 땅 150만㎡를 부인에게 넘겨줬다.
이후 A씨는 남은 100억 원대 부동산을 처분해 자신의 몫이 없는 것처럼 꾸미고 당시 부과된 국세 21억 원과 지방세 2억 1000만 원을 내지 않았다.
현재까지 가산금을 포함한 A씨의 체납액은 41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사를 벌인 결과 A씨가 B씨 명의의 강남구 빌라에서 동거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위장이혼 사실을 숨기려고 주소를 7번이나 바꿔가며 허위 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고급 승용차를 사서 직접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즐긴 사실도 포착됐다.
해당 차는 부인 B씨의 명의로, B씨는 운전을 전혀 할 수 없다.
이에 서울시는 A씨 부부가 이혼 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고 B씨의 동산을 압류했다.
A씨는 바로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얼마 후 시를 상대로 동산압류 무효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시와 A씨 부부는 2년가량의 법정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위장이혼이 인정되고 시의 동산압류가 정당하다”며 시의 손을 들어줘 시는 A씨 소유의 공탁금 2억 원을 추적해 즉시 압류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A씨는 반성의 기색을 보이기는커녕 다시 한 번 재산을 빼돌렸다.
압류 신청 열흘 전 B씨에게 공탁금회수청구권을 양도해 체납처분을 피한 것이다.
또 그는 강남구 빌라 내 동산의 압류 봉인을 훼손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시는 A씨 부부를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공소시효(5년) 만료일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달 12일 A씨 부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서울시 측은 앞으로도 악독 체납자를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물론 형사처분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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