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금 더 내고 싶어도 환율폭탄에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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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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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화강세에 수출기업 사색, 정부 환율안정책 마련 필요

아주경제 이재호·박재홍·이혜림·송종호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하면서 법인세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인하해도 기업 실적이 워낙 악화돼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사정과 정반대다.

법인세 규모가 증가하는 만큼 국가재정도 확충돼 복지와 교육 등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과제 실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원화 강세 현상이 올해 절정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돼 기업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안정적인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정부가 환율 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 올해 법인세 대폭 증가, 환율이 변수

4일 아주경제가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받은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올해 실적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한 법인세비용 예상금액은 20조2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7조6854억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되며, 시총 20위 내 기업 중 16곳의 법인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돼 나라의 곳간이 텅텅 비어가는 미국이나 유럽의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기업 실적 악화를 초래할 변수가 나타나면 법인세 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환율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의 선임 외환전략가 씨오친루는 "미국이 내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한국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연말께 환율이 10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강세 현상은 국내 수출기업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면 그만큼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환율 1000원 가면 삼성전자 영업익 4조 증발

올해 원·달러 환율이 1000원까지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는 최대 4조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떠안게 된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38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산업별 손익분기점 환율은 전자부문 1127원, 자동차부문 1051원, 철강부문 1097원, 에너지·화학부문 1059원(대기업 평균 적용) 등이다.

이를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36조원에 적용할 경우 환율이 1000원으로 하락하면 4조원가량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전자부문과 함께 환율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자동차 업종의 영업이익 손실 폭도 크다. 올해 8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의 경우 환율이 1000원으로 내려가면 약 400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영업이익 손실률을 계산하면 전자업계의 경우 11.3%가 감소하고, 자동차업계는 4.8%, 철강업계는 8.8%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제시한 무제한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일명 '아베노믹스'도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악화를 부채질할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증권은 엔화 약세에 따른 이익 민감도가 큰 업종을 항공·철강·자동차·휴대폰·반도체·IT부품 등의 순으로 꼽았다. 엔·달러 환율이 90엔에서 110엔으로 급등(엔화가치 급락)할 경우 철강업계의 영업이익은 4.4% 줄어들고, 자동차와 휴대폰은 각각 4.2%, 2.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기업 손실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금리를 내린다고 환율이 다시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조절해 원화 절상 압력을 해소하는 효과는 있다"며 "단기간 내 환율 변동을 방지하거나 원화 절상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고, 특히 자동차나 철강·IT 등 주력 수출품목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현재 정부에서 시행 중인 자금 유출입 규제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외환건전성부담금·외국인채권투자 과세) 외에도 추가적인 환율 안정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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