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문을 연 것은 지난 1월 1일 2013년도 예산안 통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2월 임시국회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의 본격 출범을 알리는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원안이 그대로 통과된 적이 없는 만큼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협의체 구성원’ 놓고 이견…결국 ‘3+3’→‘5+5’ 합의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여야협의체는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의를 열고 논의에 들어갔지만 구성원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민주통합당이 협의체에 들어온 새누리당의 구성원을 문제를 삼은 것이다. 새누리당 측에서 인수위원들을 참여시킨 것은 여야협의체라는 원칙에 맞지도 않고 국회의 위상을 실추시킨다는 논리였다.
앞서 여야는 ‘3+3 여야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합의하면서 당연직으로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넣기로 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양당이 임의로 정하기로 했었다.
이에 민주당은 변재일 정책위의장과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정부조직 개편안의 주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을 임명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인수위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진영 정책위의장이 협의체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연직으로 합류했고, 강석훈 의원은 정무위 수속이지만 여야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에게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임명됐다. 강 의원은 인수위 국정기획조정 분과에서 개편안의 큰 틀을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물이다.
우 수석부대표는 “국회가 독립적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하는데 (인수위에서) 법안을 낸 두 분이 나오셔서 여당과 이야기하는지 인수위와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법안을 낸 인수위가 주체인데, 그 주체를 떠나 여야가 협의해야한다는 점에서 (여야협의체) 구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 의원은 소속 상임위가 행안위도 아니고 정무위이던데 이것은 새누리당의 공식적 라인을 대변하기보다 인수위에서 두 분이 오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수석부대표는 “아시다시피 우리 협상팀에 계신 분들은 모두 새누리당의 현직 국회의원”이라며 “인수위의 대표 역할이 아니고,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가교역할을 하는 분”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양측은 논란 끝에 행안위 야당 간사인 이 의원에 맞춰 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인 권성동·이춘석 의원을 더해 협의체 구성을 ‘5+5’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외교부 통상기능 이관…김성환 “헌법 골간 흔드는 것” 강력 반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 이관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외통위 회의 출석, “헌법상 국가대표권 및 조약체결·비준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며 정부조직법에 따라 이 권한은 외교부 장관이 행사하고 있다”면서 “헌법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현 정부 간의 충돌이 본격화된 것이다.
또 외교부 내 조직적인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편안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김 장관은 “통상교섭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교섭·체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외교에 관한 권한을 각 교섭을 행사하는 개별 장관에게 위임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는 조세 관련은 기획재정부, 범죄인 인도 사항은 법무부 등이 교섭·체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논리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의 경우 지난 2003년 외교통상부를 외교부와 통상부로 분리했으나 재외공관 활용의 문제점 등이 발견돼 2006년 재통합했다”면서 “급진전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동남아국가연합과 한국 등이 추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 등 동아시아 통합논리는 단순 산업논리보다는 국가전체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도 잇따라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통상외교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비스시장, 국가소송제도, 농축산물 등으로, 통상교섭 기능이 제조업 중심의 지식경제부(향후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갈 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무역대표부처럼 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통상 부분을 독립시키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의화 의원도 “박 당선인의 철학도 감안해야 하지만 외교통상부가 그대로 있는 게 맞고 필요하면 수정·보완하는 게 맞다”면서 “대안으로 국무총리 산하로 해 독립시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외교통상부에 있어야 할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자원부로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협상에 우선을 두다 보니 내부대책에 소홀해온 외교부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외교부는 이날 회의에 앞서 ‘정부대표·특별사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 자료를 국회 외통위에 제출했다.
외교부는 문제점으로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한다는 오해 야기 △통상업무의 전문성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해외공관망 활용 문제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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