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현재까지 총리후보자를 아직 지명하지 못해 내각 구성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오는 25일 차질 없이 출범하기 위해선 정부조직 개편을 토대로 국무위원들을 인선해야 한다.
박 당선인이 장관 추천권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를 약속했기 때문에 인사추천을 할 총리 후보자가 빠른 시일내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김용준 낙마 사태’를 계기로 비공개 신상검증 과정에서 후보군 다수가 손사래를 치면서 총리인선작업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4일 “총리 후보자 수십명이 자체 검증에서 걸러졌다”며 “여기에는 언론에 이름이 올랐던 사람도 있는데 재산이나 자녀문제가 드러나 청문회 통과가 힘들다며 포기한 사례가 많다”고 토로했다. 검증에서 탈락하거나 스스로 포기한 후보군이 30여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다른 인사는 “후보자들 스스로 자기검증을 해 논문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자격미달을 고백하는 인사들이 대다수”라고 가세했다.
이같이 인선 일정 차질은 이미 예견돼 왔다. 지난달 29일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지명 닷새만에 돌연 사퇴입장을 밝히면서다. 박 당선인 측은 흠결 있는 인사를 그대로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김용준 카드를 버림으로써 새정부 조각인선 일정 전체가 흐트러진 것이다.
박 당선인은 정부 출범 차질을 감수하면서도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인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조각에 두 손이 묶인 상태”라고 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주말 공식 일정 없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인선에 집중한데 이어 이번주 부터는 다급하지 않은 일정을 미루기 시작했다. 박 당선인은 당초 이번주 대통령직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위 등 아직 업무보고를 받지 않은 4개 분과위로부터 보고를 받고 국정과제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날 모두 연기했다.
박 당선인이 이렇게 조각 인선에 매진하는 이유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와 비교해서 모든 일정이 너무 늦어진 탓이다. 5년 전 총리지명은 1월 28일 이뤄졌고 청와대 대통령실장 인사는 2월 1일 단행됐다. 전체적으로 1주일가량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선 국회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0일 정도면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흠결 없는 후보를 세운다면 야당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있는 ‘발목잡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 당선인 측 내부에서도 어차피 인선작업이 늦어진 만큼 취임식 일정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여유있게 자질 있는 총리후보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전 정부 인사들과 2주 정도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총리 후보자 인선은 철저히 박 당선인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검증 시스템을 하루 아침에 만들 수도 없고 첫 총리 지명과 조각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대로 갈 것”이라며 “재산형성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없는 관리형 인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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