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19연패의 수렁에 빠진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KEPCO)은 설날인 10일 신춘삼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재구 선임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한전 배구단은 올 시즌 잔여경기를 이재구 감독대행 체제로 치르게 됐다.
한전 측은 “최근 계속된 연패의 책임이 전적으로 신춘삼 감독에게 있지는 않지만 더는 배구팬과 한전 직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시즌 중 감독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고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시즌 한전 지휘봉을 잡은 신춘삼 감독은 팀을 창단 이래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초 경기조작 파문으로 주전급 선수 4명이 영구 제명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후 신 감독은 새 얼굴을 여럿 영입해 전력을 새로 꾸렸으나 결국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올 시즌 1승 21패 승점 4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중도 퇴임하게 됐다.
신 감독의 중도 퇴진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식에서 "한전에 배구단이 있는데, 왜 매일 지는가"라고 반문한 뒤 "회사 지원이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신적인 문제에 있다. 왜 우리 배구단이 매번 패하는지 우리가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큰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후 조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전 배구단의 부진한 성적을 지적하며 리빌딩에 큰 고민을 드러냈다. 지난달 말 취임 4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전 배구단의 연패사슬을 끊을 비책이 무엇일까 얘기를 나누다가 모 배구 전문기자가 한전 배구단의 재건을 위한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나서더라"라며 대책을 숙의하고 있음을 내비췄다.
신 감독의 경질로 한전 배구단의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감독과 코치 등 스태프와 선수단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관계자는 "시즌이 끝난 후 지도자로서의 역량, 대외 이미지, 배구계 안팎의 평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배구단 구단주인 조환익 사장은 오는 5월 FA 적극 참여 등 우수선수 확보를 통해 프로단 활성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배구단 감독의 경질로 한전 안팎에서는 오는 6월로 예정된 조직 개편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임과 함께 직원과의 소통과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강조해 온 조 사장이지만 비효율적인 한전 조직에 중폭 이상의 메스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조직 개편과 관련해 "아직은 업무파악이 덜 됐고 조직 업무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조직 개편을 6~7월로 미뤄놓은 상태"라며 경영 구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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