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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당신’에게만 가혹한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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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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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 증권사 직원이었던 아버지는 능력이 없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무렵부터 아버지는 집 베란다에서 줄담배를 폈다. 그리던 어느 날, 아버지는 화장실 수건걸이에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다음날 아버지는 본부장과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얼마 전 동부증권 분당지점에 근무하던 과장급 직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업계에서는 이 직원의 자살이 회사의 실적 압박 때문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8일 W투자증권 영업지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원효대교 북단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증시 침체기, 증권사 직원들의 숨통이 죄어오고 있다.

직원들이 목숨줄을 끊은 흉흉한 사건들이 이어짐에도 각 증권사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언제 좋아질 지 알 수 없는 증권업황 속에서 증권사에 소수를 희생해 다수를 살릴 만한 자구책 마련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좌초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이 결국 힘 없고 끈 없는 직원들이 된다는 점이다. 작년 한 해 봇물처럼 이어졌던 증권사 구조조정 속에서도 상위 20개 증권사 가운데 절반은 임원 수를 늘렸다. 증권사 임원들은 억대 임금을 받는다.

어느 기업이나 고통분담의 명분을 직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선 위로부터의 모범이 필요하다. 일반 직원들에겐 고통분담이, 임원들에겐 고통의 무풍지대 속 숨통의 ‘칼자루’만 쥐어진다면 위기의 상황을 벗어난다 할지라도 조직에 온 힘을 쏟을만한 직원은 없다. 위기의 시절을 지나는 증권가, 위아래 가릴 것 없이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성숙된 조직 문화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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