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중 절반 이상을 연임시켜 '고래 힘줄'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임기만료를 앞둔 9명의 이사 가운데 8명을 재선임했다.
지난 2010년 전국은행연합회가 마련된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이내이며 최장 5년까지 가능하다. 연임시 임기는 1년씩 연장할 수 있다.
이번에 재선임된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중 윤계섭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09년 선임돼 올해로 4연임을 하게 됐다. 사외이사직만 5년째 맡게 되는 것으로 올해가 마지막이다. 히라카와 하루키, 필립 아기니에 이사 또한 이번이 3연임이다.
지난해 이들이 연임할 당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연임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대부분 회사를 경영권 분쟁에 몰아넣은 라응찬 전 회장을 지지하고 경영권을 보호해왔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KB금융도 지난 22일 5년의 임기를 꽉 채운 함상문 KDI국제정책대학원 한 명만 교체하고, 7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연임됐다. 이에 따라 2009년에 처음 선임된 조재목 에이스리서치센터 대표이사가 4연임을 하게 됐고, 2010년에 이사직에 오른 고승의·이영남·이경재 이사가 각각 3연임을 하게 됐다.
우리금융은 25일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진을 일부 교체한다. 현재 5년 임기를 다 채운 방민준 전 뉴데일리 부사장,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 외에는 모두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 교수와 이 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가 각각 4연임을 하게 된다.
하나금융의 사외이사추천위원회는 다음달 열린다. 8명 중 5명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이구택 포스코 고문·김경섭 전북발전연구원장 등 5년을 채운 3명의 이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총 34명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이사는 총 28명이다. 이 중 5년 임기를 다채워 교체가 불가피한 6명을 제외한 22명중 예상대로 연임 잔치가 이어진다면 95%(21명)가 연임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지주사들은 새 정부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물갈이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3년 이상씩 연임하는 이들이 제대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지가 많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사외이사의 장기 연임은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외이사제도의 취지에 맞게 금융당국이 강력한 지도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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