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양대 경제권 사이의 ISD 추진, 국제 통상 이슈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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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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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광효 기자=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번 달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이하 미ㆍEU FTA)를 추진할 것임을 발표한 가운데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가 미ㆍEU FTA 협상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과 EU의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EU는 지금까지 통상 분야는 각 회원국들이 EU 집행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한 상태였지만 투자 분야는 권한이 위임돼 있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는 투자 분야는 논의대상에서 빠져 ISD 역시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12월 1일 리스본 조약이 발효됨에 따라 외국인직접투자가 EU의 배타적 권한 사항인 공동통상정책에 편입돼 EU 집행위원회에 투자 관련 협상 권한이 위임됐다.

한ㆍEU FTA는 지난 2007년 5월 협상이 시작돼 2009년 7월 협상이 타결됐다. 2011년 7월 잠정발효됐지만 아직 회원국들의 국내 비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식 발효는 되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과 EU는 ISD가 미ㆍEU FTA 협상 대상에 포함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번 달 발표된 미국 무역대표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EU 공동 고위 작업반은 미국과 EU가 추진할 무역 협정에는 최고 수준의 투자 자유화ㆍ보호를 실현시킬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13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EU 공동 고위 작업반 권고를 근거로 미ㆍEU FTA 협상 시작을 위한 국내 절차를 각각 개시할 것임을 밝혔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최고 수준의 투자 자유화와 보호를 이루는 것이 미ㆍEU FTA의 목적 중 하나임을 밝혔다.

ISD가 미ㆍEU FTA 협상 대상에 포함될 전망인 것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EU가 다른 나라와 추진하는 FTA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ISD가 협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EU가 세계 경제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대 경제권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한ㆍ미 FTA 협상ㆍ발효 과정에서 ISD가 최대 쟁점이었고 한ㆍ미 FTA가 발효된 현재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ISD는 일단 발효되면 그 나라의 경제뿐만 아니라 행정 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ISD가 미ㆍEU FTA 협상 대상에 포함되게 됨에 따라 ISD는 국제 통상 등에 있어 주요 이슈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ㆍEU FTA 협상 과정에서 ISD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EU내 좌파 정당 등이 ISD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다면 한국에서도 ISD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미ㆍEU FTA에 ISD가 포함될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비록 미국과 EU 모두 최고 수준의 투자 자유화ㆍ보호를 이룬다는 원칙에는 합의한 상태지만 협상 전략과 처한 내부 정치ㆍ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부 지출 감소 등으로 전기대비연율로 -0.1%를 기록했지만 개인 소비 지출이 2.2%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EU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로 -0.5%를 기록해 2009년 1분기 -2.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소매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전월보다 0.6% 감소해 지난해 8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등 내수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EU 사이의 교역 현황도 미ㆍEU FTA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전망하게 하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2010년 1월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졌음에도 지난해 12월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액이 385억3900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만성적인 무역적자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지난해 미국 상품 및 서비스 수지 적자액은 5403억6200만 달러나 된다.

지난해 미국 상품 수지는 수출액이 2011년 1조4974억6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조5635억7800만 달러로, 수입액은 2조2358억1900만 달러에서 2조2992억81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적자폭은 7384억1300만 달러에서 7357억200만 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미국은 EU와의 상품 교역에서 수출액은 2011년 2684억7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651억3200만 달러로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3683억5500만 달러에서 3808억4800만 달러로 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EU와의 교역에서 상품수지 적자폭은 998억8100만 달러에서 1157억1600만 달러로 급증했다.

EU보다는 미국이 무역과 투자에 있어 자유화 등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큰 것이다.

미국의 FTA 협상 전략은 관세를 철폐하는 것에서 나아가 무역ㆍ투자 자유화를 실질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상대국의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인데 미ㆍEU FTA 협상 과정에서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는 재정위기 등으로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국내 경기 침체 타개 방안의 일환으로 미-EU FTA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EU는 미국과 달리 각기 법과 제도, 처한 제반 상황이 다른 27개 회원국 모두의 이해 관계를 반영해 이들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또한 FTA를 정식 발효시키려면 EU는 유럽의회뿐만 아니라 회원국 모두가 국내 비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

ISD는 투자유치국 정부가 협정상 의무, 투자계약 또는 투자인가를 위배한 조치 때문에 투자자가 부당하게 손실을 입으면 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국제중재를 통한 구제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국가의 공공정책 자율권 훼손 △중재 판정부의 편파성 △사법주권 훼손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국가들이 인정해 온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 보호를 위해서도 ISD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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