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성장의 이면, 늘어나는 유령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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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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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정교한 도시계획에 의거해 널찍한 도로, 높은 빌딩들, 현대식 아파트단지가 잘 정돈돼 있는 신도시지만 밤이 되면 불빛 하나 없는 칠흙같은 암흑으로 변한다. 입주자가 없어 도시가 텅 비어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도시를 중국에서는 '구이청(유령도시, 鬼城)'이라고 부른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어얼둬스(鄂爾多斯)시의 신도시인 캉바스(康巴什)가 대표적이다.

어얼둬스에 이어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의 남부신도시, 허난성 신양(信陽)시의 서북신도시,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의 우진(武進)신도시, 허베이(湖北)성 허비(鶴壁)시의 치빈(淇滨)신도시, 후베이(湖北)성 스옌(十堰)시 동부신도시가 구이청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중국경영보가 25일 전했다. 이에 더해 매체는 구이청 현상은 중국 전역에 만연해 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허난성 정저우시의 남부신도시는 아파트의 90%이상이 공실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 곳은 190억달러가 투입돼 조성됐다. 또 같은 허난성 신양시의 서북신도시 역시 10차선 도로에 자동차를 보기가 힘들며 고층건물들에 사람그림자를 목격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 두 곳은 일찌기 구이청이라는 오명을 뒤짚어쓰고 있었다.

장쑤성 창저우시의 신도시인 우진구의 입주율도 높지 않다. 우진구는 공업도시인 창저우시가 늘어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2002년 시 남쪽에 조성한 신도시다. 매체는 "밤이 돼면 이 곳 아파트에 불켜진 곳이 거의 없어 도시 전체가 유령같다"는 한 택시기사의 발언을 전하며 우진구 역시 구이청의 한 곳으로 보도했다.

석탄공업도시로 유명한 허베이성 허비는 1992년부터 시 중심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치빈구라는 신도시를 조성했다. 이 곳은 건설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텅 비어있다. 하지만 허난성정부는 신도시투자방안을 확정해 신도시의 면적을 130㎢로 넓히기로 했다. 치빈신구 중심가의 광장에는 약 200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지만 대부분이 공실이며 손님들 역시 몇명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후베이성 스옌(十堰)시 동부의 신도시 역시 구이청의 오명을 뒤짚어 쓰고 있다. 이 곳은 산을 깎아 만들어진 도시로 토지원가가 높은 탓에 입주율이 낮은 수준을 머물고 있다. 밤이 되면 불이 켜지는 곳이 전체의 30%를 넘지 않는다.

대표적인 구이청인 어얼둬스의 캉바시는 수만채의 주택과 수십채의 사무용 건물이 완공된 상태고, 시 정부가 이사 온 지도 5년이 지났지만 주민이 거의 살지 않는다. 애초 31㎢ 규모에 인구 30만명이 거주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됐지만 현재 인구는 3만명 수준이다.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의 첸공(乾宫)신도시 역시 캉바스와 비슷하게 텅 빈 도로와 고층건물, 정부 청사 등이 들어서 있다.

이같은 구이청현상이 빚어지는 것은 중국의 고속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도시의 고위관료들은 도시의 경제성장률로 업적을 평가받고 승진해왔다. 도시화는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한 현대화된 모습의 신도시는 관료 본인의 홍보에도 효과적이다. 때문에 현대적인 신도시의 주택가는 구도시의 그것보다 비싸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산업을 유치하거나 취업을 늘리지 않아 신도시입주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도 구이청현상의 중요한 원인중 하나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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