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주택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경매시장에 응찰자들이 몰려들고 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상승세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에 경매 물건 매입에 나서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게 경매업계의 설명이다. 경매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대출을 많이 끼고 집을 샀다가 거래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아 대출이자를 감당 못해 경매에 넘어오는 물건이 많다"고 전했다.
경매 물건의 권리관계를 보면 시중은행 6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유암코, 우리AMC 등 자산유동화 회사들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주요 대부업체들이 채권자인 물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자산유동화 회사가 채권자인 서울 주택 경매 물건은 지난해 1만971건으로 전년 대비 21.2% 증가했고 제2금융권이 채권자인 물건도 최근 3년새 5% 이상 늘었다.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물건 역시 지난해 484건으로 전년 대비 109% 급증했다.
경매 물건이 늘어나면 입찰 경쟁률이 떨어지면서 낙찰가율도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경매시장 상황은 물건이 늘어나면서도 낙찰가율과 입찰 경쟁률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은 76.84%로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찰 경쟁률 역시 평균 5.54대 1로 지난해 3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경매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에 수십명이 몰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4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3계에서 진행된 노원구 공릉동 비선아파트(전용 48.6㎡)의 경우 3차례 유찰되면서 최저가가 감정가의 51%인 1억28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러다보니 응찰자가 62명이나 몰리면서 낙찰가는 1억7699만원(낙찰가율 70.8%)까지 치솟았다. 2회 유찰 이후 최저가 64%를 훌쩍 뛰어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낙찰가율이 올라가는 것은 지금이 아파트 매수 적기라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싼 물건이 많은 경매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최근 들어 강남권 일부지역의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는 데다 매물도 구하기 쉽지 않자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시세보다 싼 경매 물건이 많아지자 신건이나 1회 유찰된 물건에도 사람들이 몰린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경매시장이 먼저 불을 지피면 일반 거래시장도 살아나 침체기를 벗어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 등 경매지표는 아파트 가격지수보다 선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봄 이사철을 맞아 새 정부의 시장 활성화 기대감까지 겹칠 경우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 '큰 장'이 서면서 내집 마련의 기회로 삼으려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다. NK중개법인 김남회 대표는 "경매를 통하면 급매물보다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할 수도 있지만 권리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