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제4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오전 9시 양재동 현대차 본사 강당에서 의사봉을 잡은 김충호 사장의 안건 상정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의한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탕탕탕’.
현대차 주총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이날 현대차가 상정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및 사내외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첫 안건부터 한 주주가 ‘의장’을 외치며 발언권을 얻더니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최대의 실적을 내주어 감사하다”며 경영진의 노고를 치하하더니 원안대로 처리하라”는 주문을 했다.
이어진 안건도 마찬가지로 한 주주의 원안 처리 동의 의견에 이어 약속이나 한 듯 모든 안건들이 이견없이 통과됐다.
그리고 시간을 보니 오전 9시 25분. 이렇게 불과 30여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현대차의 주총은 조용히 마무리 됐다.
같은 시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반복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제 44기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1시간여만에 끝났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이날 안건으로 상정된 재무재표 승인, 이사 선임 승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도 무사 통과됐다.
두산의 사외이사로도 선임되는 등 겸직 논란이 일었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도 사외이사에 무사히 선임됐다.
주총 때마다 몸살을 앓았던 기업들의 과거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처럼 ‘화기애애’(?)하게 끝난 주총장의 모습을 보고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현대차 주총장에는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처음 주총에 참여하는 주주는 물론 기존 여러번 주총에 참여했을 주주라 할 지라도 응당 주주로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의 모습을 보고 싶을 터였지만 분위기에 눌려서인지 용감하게 손을 드는 주주는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주총이 끝날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진행을 맡은 김충호 사장도 여타 사정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이와는 달리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연 KT 주총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주주들이 주가하락 등을 문제시 삼아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총장에는 그동안 자주 찾아오던 이른바 ‘주총꾼’도 사라졌다”며 “주주들이 투자 기업에 대한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총장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주총장이 소란스러운 경우가 있지만 성과를 낸 기업의 경우 경영진을 치하해 더 나은 성과를 주문하는 모습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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