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야가 한 표를 호소하고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현 정부의 출범 토대가 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에 처리한 게 여야 구태정치의 현주소다.
경기침체와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경제·안보위기 속에서도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벌여 그동안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아왔다.
결국 여야간 합의는 성사됐지만 정부조직법 늑장 처리는 식물정부를 장기화해 국민 불안을 확산시키며 여야는 물론 청와대에도 상처만 남긴 게 사실이다.
여야 모두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력 복원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안게 됐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통합당도 대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새 정부 출범에 발목만 잡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런 식의 정치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유지될 때 한국의 의회주의는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한 노교수의 비판이 귓전을 때린다.
이런 낡은 정치력을 보인 여야가 4월 선거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는 모습을 보니 뒷맛이 씁쓸하다. 국민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철저하게 정치권의 무능을 심판해야 한다. 정치적 무관심도 문제지만 그간의 정치권 행태에 아무런 심판 없이 면죄부를 주는 행위도 피해야 한다. 당만 보고, 또는 인물만 보고 뽑는 단순한 투표방식에서 탈피해 국가와 지역, 미래를 생각하고 기존 정치권에 경고를 보내는 것도 민주시민이 할 일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시민의 역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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