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의 세종청사 100일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권 말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사를 와 구내식당·출퇴근 등 불편함을 견디고 장·차관, 실무진의 잇따른 인선에 따른 업무 누수까지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입주 100일 시점에서 모든 것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임명되면서 재정부도 세종청사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현 장관도 25일 직원들이 이용하는 버스로 세종청사에 첫 출근을 했다. 분당에서 약 2시간여 걸리는 세종시까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직원들의 고충을 몸소 느끼려는 노력에서 지금까지 청문회와 여론의 우여곡절을 겪은 장관의 관록이 묻어났다.
이어 세종청사에서는 직원 100여명과의 미팅을 통해 세종시 생활의 어려운 점과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직접 챙겼다. 부총리로 임명된 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제 식구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현 장관이 재임 중 얼마동안 세종청사에서 머물지는 미지수다. 경제부총리라는 거시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장관은 앞으로 매주 주말에 현장방문을 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종청사는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텅빈 장관실의 문이 활짝 열릴 때 한국 경제도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 열악한 환경과 리더가 없는 상황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 매진한 재정부 직원들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이런 직원들을 이끌고 갈 경제 수장으로서 앞으로 세종청사에도 깊은 애정과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현 장관은 취임사에서 세종청사 시대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장관이 향후 그리는 정책 구상이 세종청사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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