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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금융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 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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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0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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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중공업 그룹이 주요 대기업중 처음으로 금융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비중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

대기업들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퇴직연금 ‘몰아주기’ 실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과 비난에 대한 첫 움직임이자 특히 새 정부 기조인 경제 민주화에 대한 화답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빠르면 오는 11일 그룹에 속해있는 26개 계열사중 직접적 이해관계에 있는 계열사를 제외한 20여개 회사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이 운용하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금융 계열 개편계획을 내놓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1일이나 12일께 금융감독원을 통해 금융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타 계열사간 거래 조정에 대한 자세한 공시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말 기준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이 유치한 퇴직연금 적립금 9709억원 가운데 그룹 계열사 물량은 7954억원으로 비중이 81.9%에 달한다. 하이투자증권 발표안의 핵심은 이러한 계열사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퇴직연금 유치가 사실상 마무리 됐기 때문에 신규 고객사 확보보다는 기존 계열사 물량의 일정 비율을 다른 금융기관에 분산하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결정은 추후 다른 그룹사에도 영향을 미쳐 그룹사 계열사간 내부 금융 거래 축소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기업 등이 계열 보험금이나 운용자금을 계열 금융회사로 몰아줘 불공정거래가 야기되고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먼저 손 보는 것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의 성장을 위해 물량을 몰아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 금융 계열사들은 계열사 직원들의 퇴직금을 모아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대기업의 금융 계열사 몰아주기는 심각하다. 롯데손해보험은 퇴직연금 적립금 7163억원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 물량이 6726억원으로 전체 적립금 대비 비율이 93.9%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HMC투자증권은 전체 적립금 4조5101억원 가운데 계열사 비율이 91%인 4조1045억원이며,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역시 계열사 물량 비중이 각각 49.8%, 44.4%로 전체 적립금의 절반에 가깝다.

앞서 금융 당국은 금융 자산이 계열사 한 곳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 제재에 나섰다. 퇴직연금 몰아주기에 대한 공시를 분기마다 계속하고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 계열사 의존도를 자율적으로 50% 아래로 떨어뜨리도록 유도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퇴직금은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는 규제하지 않은채 운용관리회사에만 규제의 틀을 씌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운용관리 계약을 따내지만 실제 퇴직금에 대한 자산관리는 시중은행 몇 군데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이번 결정에 삼성,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도 동참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이들도 금융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상황별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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