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코스피 봄볕 들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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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0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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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화 약세·北 위협·美경제 부진 등 불안요인 많아<br/>코스피 1900~1930선 지지 예상, 경기부양 기대감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엔화 약세, 미국 경제지표 부진, 북한의 전쟁 위협, 중국의 기술 추격'.

한국 증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이러한 불안 요소에 발목이 잡히면서 증시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주에만 3.87% 떨어졌으며, 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올해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진단한다. 우리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일본의 엔화 약세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큰데다 북한의 도발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다만 코스피가 1900선 밑으로 쉽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가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 엔화 약세의 저주

지난 3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92.52 엔까지 하락하면서 엔화 약세가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4일 96.04 엔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는 일본이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가 폭락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현재 138조 엔 규모인 본원통화(시중 현금과 금융회사들이 중앙은행에 맡긴 준비금)를 올해 말까지 200조 엔으로 확대하고, 전체 자산 매입 규모도 올해 안에 6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여지가 많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일본은 엔화를 풀어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 1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3%에 불과하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금리 중심에서 유동성 확대로 인한 경기 부양으로 넘어갔다"며 "엔·달러 환율이 올해 안에 달러당 100 엔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급격한 엔화 약세로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정보기술(IT)·자본재·화학·철강·자동차·기계 등의 국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 정점에 다다른 北 리스크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은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3조원 이상을 회수했다.

외국인이 채권을 1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일에도 외국인은 2595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지수도 지난해 9월 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인 오른 87bp(1bp는 100분의 1%)로 상승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점차 확산되며 원·달러 환율도 8일 달러당 1140.10으로 치솟았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은 "북한은 김일성 탄생일인 이달 15일까지 남북 간의 긴장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지전과 같은 돌발적인 행동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다만 이달 중순부터는 북한 리스크의 핵심이 정치적인 문제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국내 증시의 반등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믿었던 미국마저

한국 경제와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미국 경제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취업자수가 시장 예상치인 20만명을 크게 밑도는 8만8000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달부터는 미국 고용지표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퀘스터(미국 연방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의하면 올해 시퀘스터로 인한 취업자수 감소는 연간 50만~70만명에 달한다.

고용시장의 부진은 곧 주택시장의 위축과 설비투자의 감소를 의미한다. 노동소득 감소로 주택구매력이 약해지고, 기업은 판매 부진을 우려해 보수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미국 고용시장이 흔들리면 세계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도 줄어든다"며 "우리나라 경제는 북한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 요인과 일본은행의 엔저 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고용시장마저 불안해지는 설상가상 국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의 봄은 언제

대외 악재로 한국 증시가 기를 못 펴고 있지만, 코스피도 1900선을 중심으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예산의 조기 집행으로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선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마 연구원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번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도시화 정책의 강화 등 국내 주식시장 및 경기의 반등 요인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많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도 향후 상승 전망을 밝게 한다. 우리투자증권 최용호 연구원은 "코스피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다른 나라 증시 대비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며 "세계 경기 환경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고, 우리 정부도 조만간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어 추가 하락의 여지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불안 요인 해소로 국내 증시가 오른다면 상승세는 IT와 헬스케어 등 정책 수혜주가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을 중심으로 올해 대기업들의 투자계획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는 점도 IT업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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