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의료산업 시장 활성화, 이대로는 답이 없다

글: 이화영 의료경영컨설턴트(엘코퍼레이션 대표)

글: 이화영 의료경영컨설턴트(엘코퍼레이션 대표)


영리병원 합법화,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영리병원이란 '병원은 영리를 취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규제해 왔던 과거에서 벗어나 병원도 영리 목적의 법인체로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병원은 대형종합병원과 중형병원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면세 사업자다. 하지만 모든 병원은 개인사업자 자격만을 가지고 있다. 세금도 개인사업자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내고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것들이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피부·미용·성형 등이 의료시장에서 막강한 역할을 맡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에 진입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질병이나 질환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의 수익도 압도적으로 높아지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금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다.

한국의 병원들은 영리를 추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약부터 계약, 광고, 컨설팅 등 모든 분야에서 비영리라는 테두리에 묶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에 대한 기준도 그때 그때 달라지고 변화하고 있다.

심지어 피부·미용·성형에 관련된 분야는 부가세를 책정하지만, 그 외의 병원은 법인이 될 수 없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하지 못한다. 관련된 정부 부처와 기관만 하더라도 다른 산업에 비해 포괄적이고 범위도 넓다.

정부, 병원, 환자들 입에서도 병원 서비스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상황이지만 '기준이 없다'는 가장 강력하고 난폭한 규제에 묶여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 국내 회사와 병원의 합작병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곳은 한국의 중형병원 이상 규모와 시설, 인력들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중국 하북성의 종합병원과 연계되어 의대생 5000명, 의사 7000명이 한국의 의료서비스와 기술 전수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한국에서 유리하게 또는 대등하게 진행할 수 없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영리화 단계를 마무리한 상태이다. 때문에 협상테이블에서 한국은 언제나 양보하는 입장이 되어야만 한다. 의료수가부터 기술이전비, 의료관광에 대한 매뉴얼 제공 등 발언권 자체가 다르다.

한쪽은 자본과 토지, 법률로 무장하고 있지만 한쪽은 '우리 기술이 최고다'라는 외침만 있을 뿐이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병원 가운데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실패하고 물러난 상태다.

국내에서는 공장식 매뉴얼 병원들의 저가공세와 그에 따른 후폭풍을 감수해야 되고, 세금 포탈을 유도하는 의료브로커 눈치도 봐야 된다. 마케팅을 할 때 단어 하나라도 잘못 기재하면 각종 행정처분 역시 감수해야 한다.

전문의약품 관리나 리베이트 건에 조금이라도 연관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현재의 의료산업시장은 전략군수물자시장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

'강남스타일'로 이슈의 중심이 되어 관광객 수요가 크게 증가한 강남구에서는 의료관광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려는 중이다. 관광산업의 특성상 유연성과 포괄성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의료시장의 비영리라는 틀 안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산업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해결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거나 수정하지 않는 이상 잘해야 편법이나 미봉책으로 남을 것이다. 근원이 변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자정작용이나 순응작용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대부분이 편법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유혹에 흔들리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의료인들 스스로 자구책과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