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LG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과 손을 잡고 활로 모색에 나섰지만 최근 애플 실적이 악화되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실적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LG전자가 힘을 내야 관계사들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삼성·LG디스플레이, 비슷한 매출에 영업이익 5배 격차 왜?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OLED 효과로 인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7조1100억원과 6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는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7700억원과 1513억원으로 5배 차이가 났다.
OLED 패널 사업이 두 회사의 영업이익 격차가 벌어지게 된 원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몰레드(AMOLED)라는 이름으로 모바일용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모바일용 OLED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OLED 패널을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4.8인치 크기의 모바일용 OLED 패널 가격은 53달러, LCD 패널 가격은 32달러 수준이었다. OLED 가격이 LCD보다 1.7배 가량 비싸다는 얘기다. 이 차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렇다면 LG디스플레이는 왜 모바일용 OLED 패널을 생산하지 않는 것일까. 해답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만 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특히 아몰레드 패널이 탑재된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실적도 덩달아 개선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의 60~70% 가량이 OLED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LG전자는 10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지만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LG전자만 믿고 모바일용 OLED 패널을 생산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LCD 패널을 사용하는 애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한섭 SK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라는 캡티브 마켓이 있지만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수요가 크지 않아 OLED 사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애플 의존증 부작용 막으려면 LG전자 분발해야
그동안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관계사들의 애플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가 매출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앞선 것도 애플에 공급하는 물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들어 애플의 실적이 다소 악화되면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분기 대비 이익 규모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도 애플 제품의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웅범 LG이노텍 대표는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사내 행사를 취소하고 구미 사업장으로 이동해 애플 물량 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LG전자는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1000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2분기 판매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옵티머스G 프로는 물론 보급형 LTE폰인 F시리즈, 3G폰인 L시리즈 등이 고르게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데다 하반기 애플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의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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