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조만간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비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와 더불어 강력한 환율 드라이브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엔저 공세에 대비해 수세적 환율정책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초부터 제기된 '한국형 토빈세(외환거래세)' 도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토빈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제임스 토빈 교수의 제안으로 투기자금을 규제하기 위해 단기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뜻한다.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핫머니 대책으로 토빈세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한국형 토빈세를 검토해 왔다.
최근 한국형 토빈세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급격한 엔화 약세로 우리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엔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급격한 엔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구두경고했다. 경제부총리가 환율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부총리는 "최근 환율 변동이 굉장히 심하다. 엔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정부가 완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절대 지나가는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환율 개입을 시사했다.
최근 엔저정책에 따른 기업의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와 함께 외환시장의 안정적 운용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한국형 토빈세 도입과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검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국제적 논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자본 유입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 부총리는 "제도를 만들 때는 그 제도를 만들게 되는 동기가 되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반대현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의) 급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직접 개입에 대해선 "득보다 실이 크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가운데 토빈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외부 충격에 노출돼 있는 한국과 신흥국들의 경우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자국 금융시장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원종현 국회 금융외환팀 입법조사관은 "유럽은 기축통화가 있고 역내 거래가 전체 무역규모의 60%를 차지하는 반면 신흥국들은 외부 충격에 노출돼 있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금융거래세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며 토빈세 도입을 지지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재정위기에 대한 자조적인 노력으로 세금을 도입하는 것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환율전쟁을 방어할 목적으로 토빈세 도입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연합(EU) 중 독일과 프랑스 등 11개국은 주식과 채권 및 파생거래에 대해 일정 세율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내년 1월부터 부과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영국 등은 금융거래세에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등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토빈세는 상당히 불안정한 정책으로, 정부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도입을 할 수 없다"며 "토빈세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토빈세 도입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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