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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금융회장 내정자, 행원에서 CEO까지 오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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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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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2만여명의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저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그런 열정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37년의 은행원 생활 끝에 지주사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된 이순우 우리은행장(63)은 담담하게 웃었다. 지난 23일 그는 공식적으로 우리은행장에서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신분이 됐다.

◆ 거울보고 웃는 연습…CEO에 입바른 소리도

이 내정자가 말단 은행원에서 지주사 회장에까지 오른 데 대해 대다수는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 내정자는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다. 사법고시를 봤지만 낙방의 쓴맛을 보고 197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을지로 지점에서 그가 맡은 첫 업무는 '대부(貸付)' 담당이었다.

당시는 수기로 모든 전표와 서류를 작성하던 시절이었다. 대부계는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밥 먹듯 했다. 이 내정자는 항상 피곤한 얼굴로 고객을 대하고 말수도 적었다.

같은 지점에 근무하던 선배가 이를 보고 퇴근길에 그를 데려가 소주를 한 잔 사줬다. 그리고는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호통을 쳤다. "그렇게 찡그리고 일할 거라면 그만둬!"

혼쭐이 난 그는 매일 거울을 보면서 웃는 연습을 했다. 덕분에 그의 주변에도 점차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선배는 그에게 '좋은 은행원이 되려면 우선 마음을 열고 누구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웃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직원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그의 소탈한 성격은 이 가르침을 명심한 결과다. 이 내정자는 당시의 그 선배를 지금도 인생의 멘토로 꼽는다.

이 내정자는 평소 부드러운 인상이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원칙과 소신이 확실하다. 말단이면서 최고경영자를 향해 쓴소리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1992년 인사부 책임자 시절 김추규 당시 상업은행장이 차장·과장 등 중간직급들과 경영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였다. 은행장의 경영에 대한 아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당시 대리였던 이 내정자가 마이크를 잡으며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는 현실과는 다릅니다. 행장님이 바라는 1등 은행이 되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만 합니다!"

이 일로 인해 다음날부터 그에게는 '분위기도 모르고 나선다', '혼자만 튀려고 한다' 등등 선배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며칠 후 은행장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이 내정자는 긴장했다. '은행장 눈밖에 났으니 지방 지점으로 발령을 내려나보다'라고 생각했다.

기우(杞憂)였다. 은행장은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옆에서 일을 도와줘야 한다"며 비서실로 발령을 냈다. 이 행장이 승승장구를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 고객관리의 결과물, 다이어리 5권

'고객제일'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업무에 임하는 이 내정자에게는 그만의 고객관리 노하우도 따로 있다.

점차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자가 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예전에는 컴퓨터로 명함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이 내정자는 메모하는 방법을 택했다. 명함을 주고 받으면 그 사람과 헤어진 후 명함의 여백에 날짜와 만나게 된 사유, 인적사항 등을 먼저 기록했다.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나면 다이어리에 그날 만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각 명함에 기록한 내용, 대화내용까지 전부 적어넣었다. 가능하면 사진까지 옆에 붙여놓는 식이었다. 이 행장에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다이어리만 5권이나 된다.

2004년 개인고객본부장(부행장)을 맡던 시절에도 이 같은 행보는 이어졌다. 당시 우리은행은 기업고객에 비해 개인고객 기반이 약했다. 이 때문에 은행 충성도가 높은 개인고객들로 구성된 '명사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는 각종 세미나·모임 등을 개최하는 한편 회원들의 경조사도 일일이 챙겼다.

개인고객 상품 및 서비스 확대에도 열을 올렸다. 상품 서비스 안내장과 포스터는 자신이 직접 일일이 살폈다. 반드시 자신이 합격이라고 판단한 포스터만 영업점에 배부하도록 해 담당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고객에 대한 90도 인사다. 낮은 자세로 고객을 섬긴다는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몸에 밴 것이다.

그는 지금도 중소기업을 방문할 때 행장 전용차를 거부하고 항상 9인승 카니발을 탄다. 매번 정장이 아닌 점퍼 차림이다. 고객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이 행장과 카니발은 총 1만6854㎞를 달렸다. 그가 언급한대로, 고객을 만나기 위해 부지런히 뛰는 그의 열정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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