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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신음하는 기업> 화학사고 과징금 5% "외양간(규제) 고치려고 소(기업) 잃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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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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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예기치 않은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기업이 존폐의 위기로 내몰린다면 이를 합리적인 규제라고 할 수 있는가.”

최근 불산가스 누출 등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 대비 5%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내뱉은 탄식이다.

기업들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명시한 처벌 수위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과 LG,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반발할 수는 없지만 불만이 큰 것은 사실이다. 법안 개정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100대 상장기업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등에서 누출 사고가 터질 경우 최대 3억원이었던 기존 과징금은 1조원 이상으로 급증하게 된다. 또 20대 화학기업 중 매출액 규모가 큰 14곳은 과징금이 500억원 이상으로 껑충 뛴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0대 상장기업과 20대 화학기업의 매출액 및 과징금 부과액 산출’ 자료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 내용을 대입해 산출한 수치다. 당초 산업부가 내놓은 자료는 과징금이 매출액 대비 최대 10% 이하인 경우를 가정해 추산한 통계였다.

과징금 규모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고 한 번에 기업이 문을 닫을 수 있을 정도로 메가톤급 위력을 지닌 규제다.

지난 27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장관들과 만난 경제단체장들은 법안이 지닌 맹점을 지적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평소에 잘 관리하다가 실수로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형평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화학사고를 예방하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추징당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상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법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과징금을 처벌의 용도로만 쓰려고 하지 말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징금 범위를 여러 단계로 구분해 사고 발생시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노후한 안전설비 교체 등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번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모든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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